유도만능줄기세포, 파킨슨병 10명 임상 내년 시작… "안전성 높인 치료 플랫폼 완성"

이재명 2023. 11. 3.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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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美 하버드대 의대 교수 인터뷰 
2024년부터 4년 간 10명에 세포 치료 
이식된 세포 생존율 높일 방법도 고안
"환자들 일상 찾도록 발전시키고 싶어"
지난달 28일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에서 김광수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내년 예정돼 있는 유도만능줄기세포 파킨슨병 임상시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차바이오그룹 제공

2017년 9월. 미국 뉴욕 코넬대 의대 수술대에 누워 있던 69세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 유도만능줄기세포(iPSC)가 이식됐다. 도파민이 없어 온몸이 굳어가던 환자 뇌 속에 다시 도파민이 생성되기 시작했고, 환자는 점차 일상을 되찾았다. '내 몸에 갇히는 병'이라 불리는 파킨슨병을 줄기세포로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제 환자를 통해 확인한 세계 첫 시도를 이끈 인물은 김광수 하버드대 의대 맥린병원 교수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차바이오그룹의 심포지엄 참석차 한국을 찾은 김 교수를 지난달 29일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에서 만났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iPSC를 파킨슨병 환자 10명에게 이식하겠다는 김 교수 연구진의 임상시험을 허가했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 내년부터 4년에 걸쳐 총 1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고, 이후 iPSC를 자동으로 생산하는 시스템을 개발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첫 이식 환자 4~5년 증상 호전 지속

iPSC는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가 처음 개발해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기술이다. 다 자란 세포를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발생 초기 단계의 줄기세포 상태로 되돌린(역분화) 다음 원하는 세포로 배양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6년여 전 이를 파킨슨병 환자에게 처음 이식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환자의 피부세포를 하버드대 연구실로 가져가 iPSC로 역분화시킨 뒤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로 키워 320km 떨어진 뉴욕으로 비행기를 태워 보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 세포를 뇌에 이식한 환자는 4, 5년간 증상이 계속 호전되다 지금은 회복세가 주춤한 상태다. 김 교수는 노화 때문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 환자는 줄기세포 치료가 없었다면 지금 세상에 없었을 거라고 말하곤 한다. 그를 치료한 경험을 다시 연구실로 가져와 다음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그렇게 찾아낸 방법이 세포 '냉동보관'이다. 첫 이식 때는 정해진 수술 날짜에 맞춰 도파민 세포를 배양해야 해서 수시로 변하는 환자 상태를 고려하기 어려웠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연구진은 충분한 양의 세포를 미리 분화시켜 냉동보관해 놓고 필요할 때 꺼내 녹여 쓸 수 있게 만들었다. 여기에 원하는 세포로 덜 분화돼 치료에 불필요한 iPSC를 골라내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 등도 포함된 iPSC 치료 플랫폼을 완성했다. 내년 시작될 임상시험에 바로 이 플랫폼이 적용된다. "향후 iPSC 치료 플랫폼을 파킨슨병만이 아니라 알츠하이머 같은 뇌질환과 다양한 장기 손상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김 교수는 기대하고 있다.


세포치료와 함께 쓸 신약도 임상시험

줄기세포로 파킨슨병을 치료하려는 시도는 점점 활발해지는 추세다. 다국적제약사 바이엘에 인수된 미국 기업 블루락테라퓨틱스는 배아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제로 2021년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미국의 아스펜 뉴로사이언스는 iPSC 기반 치료제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며, 일본 교토대와 스웨덴 룬트대도 iPSC나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파킨슨병 치료 연구에 집중하는 중이다.

김 교수 연구진은 면역세포(조절T세포)를 활용하는 기술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iPSC로 만든 도파민 세포가 뇌에 이식됐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생존율이다. 이식 후 과도한 면역반응이 일어나면 세포가 생존할 확률이 급격히 떨어질 뿐 아니라 환자도 위험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도파민 세포와 함께 조절T세포를 뇌에 주입하면 생존율이 대폭 개선되는 것을 동물실험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고, 향후 임상시험에도 포함시킬 계획이다.

김 교수는 도파민 세포에 관여하는 화합물 신약 개발도 추진 중이다. 미국에 뉴론 파마슈티컬을 창업하고 올해 임상시험에 진입했다. 그는 "파킨슨병 치료 극대화를 위해서는 신약과 세포치료가 병행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5~10년은 더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며 "환자들이 무리 없이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치료법을 발전시키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6월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 맥린병원 앞에서 김광수 교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보스턴=이재명 기자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거쳐 KAIST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1980년대 미국으로 건너간 김 교수는 국제학계에서 인정받는 줄기세포 분야 석학이다. 특히 하버드대에 부임한 1998년부터 파킨슨병 치료 연구에만 25년을 쏟아부었다. 차병원과 KAIST를 오가며 국내 줄기세포 연구에도 힘을 싣는 중이다. 김 교수는 "줄기세포 기술이 앞으로 바이오 분야의 새로운 기반이 될 것"이라며 "저의 연구가 다른 질환으로도 파급될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기자 nowl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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