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흑 한상조 5단 백 한우진 9단
패자조 2회전 <3>

3보

5도

6도

바둑에서 침투와 삭감은 난도 높은 영역으로 불린다. 잘못 판단해 무리하게 침투할 경우 해당 영역이 모두 잡히며 바둑이 그대로 끝나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삭감 역시 마찬가지. 상대 세력에 한 줄 느슨하게 삭감하는 것은 한두 집 손해가 아닌, 5집 이상의 큰 손해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침투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선 영역에 대한 약점 공략, 공간 가늠, 사석 활용 등 여러 근거를 읽어야 하기에 많은 대국을 통한 수읽기와 감각으로 체득하는 수밖에 없다. 삭감은 일반적으로 침투가 불가능한 세력을 견제하는 데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무난한 삭감 간격은 상대 세력 양 끝단의 배석을 기준으로 선을 그어 만나는 경계선 부근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상대의 약점이나 활용 가능한 배석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적정선을 지키는 것은 바둑에서도 꽤나 어려운 덕목이다.

한상조 5단은 흑1, 3으로 좌변 응수타진 후 흑5에 밀어갔으나 부분적으로 과욕. 백6으로 흑7 자리를 받아주었다면 이득이겠지만 손을 뺀 후 백8로 받자 앞서 교환한 수가 악수로 변했다. 실전 흑1은 5도 흑1로 가만히 밀어갈 자리. 흑3 정도로 지켜둔다면 백의 침입이 쉽지 않았던 장면. 백4는 흑5, 7의 수순으로 양쪽 끊음이 맞보기가 된다. 실전 백6은 한우진 9단의 초강수. 6도 백1로 삭감한 후 백5, 7의 패를 유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실전 흑13이 흑의 실착. 백의 무리한 침입을 응징하려면 백14 자리 왼쪽에 날일자로 압박했어야 했다. 이 틈을 놓치지 않은 한우진 9단이 백16, 18을 선수한 후 백20에 연결하자 백의 무리한 하변 침입이 큰 성공으로 바뀌었다.

정두호 프로 4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