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못 따라가” 다급한 美 공화당 후보들 ‘셀프 토론회’ 잇따라 개최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3. 11. 3.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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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2·3등 후보들, 대선 출마도 안한 민주당 인사들과 토론
일각선 “2028년 차기 대선 대비하나”

내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두고 야당인 공화당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77) 전 대통령이 압도적 1위를 달리면서 그를 추격하던 나머지 주자들이 다급해지고 있다. 2위를 달리던 론 디샌티스(45) 플로리다 주지사의 지지율이 정체되는 가운데 나머지 후보들도 트럼프를 따라잡기 힘들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이들 주자들은 2024년 민주당 인사들과 잇따라 1대1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침체된 공화당 내 경선 분위기를 띄우려 노력하고 있다. 일각에선 “사실상 공화당 대선 후보가 트럼프가 될 것임을 예감하고 2028년 차기(次期) 대선을 준비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비벡 라마스와미(38) 전 로이반트 사이언시스 최고경영자. /AFP 연합뉴스

이번 공화당 경선에서 3~4위를 달리고 있는 비벡 라마스와미(38) 전 로이반트 사이언시스 최고경영자는 1일(현지 시각) 미 50개 주(州) 중 초기에 대선 경선이 진행돼 ‘민심 풍향계’로 불리는 뉴햄프셔주(州)의 세인트안셀름대에서 민주당 로 칸나(캘리포니아) 하원의원과 토론회를 진행했다. 라마스와미와 칸나는 모두 인도계 미국인이다.

이날 라마스와미는 이스라엘과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간 전쟁 격화에도 그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n First)’식 고립주의 외교 정책을 고집했다. 그는 이스라엘에 대해 “우리의 동맹이 스스로를 방어하도록 내버려두자”고 했다. 이에 대해 칸나는 “왜 그렇게 미국에 대해 빈곤한 비전을 갖고 있느냐”며 비판했다. 반대로 칸나 후보가 “바이든 정부에서 130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하자 라마스와미는 “일자리가 가장 많이 늘어난 분야는 정부”라고 반박했다.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 뉴욕타임스(NYT) 등은 “칸나 의원은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도 않은 만큼 ‘이해관계가 없는(no-stakes)’ 토론회였다”며 “이날 만남은 라마스와미가 낙선 위기에 처한 상황을 (칸나가) 구출하기 위한 쇼에 가까웠다”고 했다.

론 디샌티스 미 플로리다주지사가 지난 9월 31일(현지 시각) 대형 허리케인 '이달리아' 피해를 본 호스슈 비치의 한 식당 밖에서 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이달 말에는 디샌티스 주지사가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55)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1대1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올해 초만해도 뉴섬이 바이든의 ‘대체 후보’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백악관의 즉각적인 견제를 받았었다. 이 때문에 미 정가에선 뉴섬이 2028년 차기 대선에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폴리티코는 “공화당 경선을 트럼프가 사실상 독주 체재로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산소 부족’으로 헐떡이는 공화당 후보들에게 있어 이런 토론회는 관심을 끌기 위한 (절박한) 외침”이라며 “이번 대선 레이스가 얼마나 특색이 없고 평이한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내년 대선이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현직 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매치(재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급하게 상황 반전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라마스와미는 지지율 정체기를 깨기 위해 조만간 1000만 달러(약 133억4000만원)가 넘는 TV·라디오·케이블 광고를 내보낼 예정이라고 미 언론들은 2일 전했다. 공화당 경선이 처음 열리는 아이오와 주에서 800만 달러, 뉴햄프셔 주에서 400만 달러를 지출할 예정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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