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당시 암호 해독 극비작전… 컴퓨터의 발상지
이번 인공지능(AI) 정상회의가 열린 영국 버킹엄셔주 밀턴케인스의 ‘블레츨리 파크’는 글로벌 테크 산업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이곳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이 나치 독일의 암호 체계인 ‘에니그마’를 해독하기 위해 운영한 비밀 본부가 있었다.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앨런 튜링 케임브리지대 교수를 중심으로 암호 해독자들이 이곳에 모여 독일군의 전술을 해독했고, 연합군이 전세를 뒤집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블레츨리 파크는 한때 기밀 장소였지만, 지금은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블레츨리 파크는 컴퓨터 과학의 발상지로 불린다. 튜링은 1939년 전자동 암호 해독 계산 기계 ‘봄베(Bombe)’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영국군은 에니그마를 해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독일군이 에니그마를 더 발전시킨 로렌츠 암호를 내놓으면서 더욱 고성능의 암호 해독기가 필요해졌다. 그렇게 봄베를 토대로 세계 최초의 전자식 컴퓨터 ‘콜로서스’가 1943년 이곳에서 개발됐다. 콜로서스는 진공관을 사용하고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대식 컴퓨터의 시조로 평가된다.
블레츨리 파크에서 근무했던 연구자들은 현대 AI의 기초를 다졌다. 튜링은 1950년부터 AI에 대한 논문을 썼다. 그는 ‘계산 기계와 지능’이라는 논문에서 ‘기계 지능’이라는 개념을 고안하고, 향후 광범위하게 기계 지능이 사용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계가 인간처럼 생각하고 대화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기계에 지능이 있는지 판별하는 시험인 ‘튜링 테스트’도 유명하다. 이 밖에 막스 뉴먼, 어빙 존 굿, 도널드 미치 등 이곳에서 근무한 연구자들은 AI와 현대 컴퓨터에 대한 저작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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