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20조원… 세계 10위권 ‘메가 항공사’ 내년 뜬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2일 화물사업 매각안을 가결하고 대한항공이 EU 측이 요구해온 시정조치안을 제출하면서 양사 합병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향후 EU에 이어 미국·일본 경쟁 당국 승인까지 완료되면, 1988년부터 35년간 유지돼온 양대 국적 항공사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된다. 항공업계는 글로벌 여객 수송 실적 18위인 대한항공과 32위인 아시아나항공이 합쳐지면 ‘세계 10위’ 수준의 ‘메가 캐리어(Mega Carrier·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할 것으로 본다. 한국 대표 항공사가 메가 캐리어가 되면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양사의 중복 운항 노선들의 효율화를 통해 승객들이 갈 수 있는 도시와 탑승 시간대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가 온다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메가 캐리어로 평가받는 항공사는 에미리트항공(두바이), 카타르항공(도하), 유나이티드에어(시카고), 루프트한자(프랑크푸르트), 브리티시에어(런던), 에어프랑스(파리), 델타(애틀랜타) 등이다. 이들은 자국의 대표 공항을 거점 삼아 대규모 승객을 장거리에 있는 다른 공항으로 연결시켜주면서 시장에 영향력을 발휘한다. 메가 캐리어들은 자국 거점 공항이 내주는 슬롯(운항 시간대)의 50~80%를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점유율은 인천공항에서 각각 24%, 16%로 분산돼 있다. 양사가 합쳐지면, 매출 20조원대의 인천공항 대표 항공사로 발돋움하면서 승객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미국·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서 비슷한 도시, 비슷한 시간대에 비행기를 띄워 경쟁해 왔다. 이 시간표를 효율화하면 취항 도시와 탑승 시간대를 다양화할 수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36국 108도시, 아시아나는 23국 63도시에 취항 중이지만 80%가 중복돼 있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는 “인천에 원하는 환승 시간대가 없어서 싱가포르 창이공항이나 일본 나리타공항을 경유하는 승객들을 대거 유치할 수 있어, 인천공항의 허브 기능이 강화되고 관광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비행기 정비 물량이 늘어 국내 MRO(항공기정비) 사업이 성장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현재 국내 비행기 정비 수요의 약 46%는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아시아나도 경정비만 자체적으로 하고, 주요 중정비와 창정비는 해외에서 받는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인천(경정비)·부천(중정비)·김해(창정비)에 자체 정비센터를 갖추고 있어 아시아나 정비 수요 흡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 정비를 통해 항공기 안전성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종 합병까지 향후 절차는
이제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의 남은 과제는 미국·일본 경쟁 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다. 업계는 아시아나가 화물사업을 매각하면 미국이 우려해 왔던 미주 화물 노선 독과점 문제가 해소돼 무리 없이 승인을 내줄 것으로 본다. 일본 노선의 경우 LCC들의 진출이 활발해 독과점 논란이 크게 제기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EC(유럽 집행위)가 내년 1월 승인을 내주면, 내년 상반기 내 미국·일본 승인을 얻어내고 내년 10월쯤 아시아나 지분 인수를 완료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 유상증자 등을 통해 확보한 3조3000억원의 자금 중 총 1조8000억원을 투입해 아시아나가 발행한 신주 63.9%를 확보하게 된다. 브랜드 통합은 2026년 마무리된다.
아시아나 화물사업을 매각하고, 대한항공 유럽 노선 일부를 티웨이항공에 양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양사 직원들의 반발은 넘어야 할 과제다. 대한항공은 “전 직원 고용 승계를 조건으로 매각하고 양도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임금·처우 변화에 대한 직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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