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부 양심의 목소리 무시했던 정권의 결말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통계를 조작할 때 실제 통계를 담당했던 한국부동산원 직원이 “사실이 아니다”는 내용의 글을 청와대와 국토부 등에 지속적으로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원 주택통계부 직원들은 청와대 등의 압력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임의로 낮춘 통계를 보고하면서 본문엔 “실제 상황은 우리가 보고하는 통계와는 많이 다르다”고 썼다고 한다. 문 정부는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폭등하자 상승을 하락으로 뒤집는 등 4년간 최소 94차례 통계를 조작했다. 실제 통계 담당자로선 권력의 압박에 따라 사실을 왜곡하는 통계 조작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문 정권 내내 철저히 무시됐고, 정권이 교체된 뒤에야 진실이 드러났다. 통계 조작이 지속되면서 국가 부동산 공식 통계를 작성하는 부동산원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청와대 정책실장·국토부 장관 등 전 정권 핵심 인사 22명은 검찰에 수사 의뢰 됐다. 무엇보다 정책 당국이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으면서 ‘영끌’이 마구잡이로 벌어졌다.
문 정부 집권 기간 동안 잘못된 정책이나 행태에 대해 대다수 공무원은 영합하거나 침묵했지만, 드물게 용기를 내 고발하는 경우가 있었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세금이 잘 걷히는데도 청와대가 나랏빚을 갚는 게 아니라 거꾸로 기재부를 압박해 나랏빚을 더 늘리려 했다고 폭로했다. ‘정권 말 자금’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압박을 받은 신 전 사무관은 ‘내가 죽으면 믿겠느냐’며 극단 선택까지 시도했다. 그러자 문 전 대통령은 “자기가 보는 좁은 세계 속의 일을 갖고 판단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신 전 사무관이 경고했던 나랏빚은 문 정부 5년간 400조원 이상 늘어 국가부채가 49.6%로 뛰었다. 문 정권의 블랙리스트 사건도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공익 제보로 드러났다.
내부 고발자는 정권의 위기를 알리는 ‘탄광 속 카나리아’와 같은 존재다. 탄광에 산소가 없어지는 것을 알려주는 카나리아가 없으면 결국 참극이 벌어진다. 권력이 이들 양심의 목소리에 분노하지 않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면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무시하고 은폐하면 몰락한다. 문 정권의 결말이 이를 보여준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