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 지고 혁신한다는 당에서 또 나온 이상한 인사
국민의힘이 2일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난 이철규 의원을 당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지도부는 “이 의원이 사무총장으로서 인재 영입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업무 연속성을 감안했다”고 했지만 궁색한 얘기란 것은 본인들이 잘 알 것이다. 당내에선 핵심 친윤 인사에게 공천을 맡기겠다는 뜻이라고 본다고 한다. 선거에 지고 혁신을 하겠다는 당이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람을 한 달도 안 돼 다시 요직에 기용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틈만 나면 친윤, 비윤으로 편을 가르는 행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국민의힘은 2016년 ‘진박 논란’으로 민심을 잃은 경험이 있다. 찐박, 대박, 범박, 변박, 쪽박, 탈박 등 각종 파생어가 난무한 논란에 국민은 피로감을 넘어 혐오감을 느꼈다. 그 결과는 단순히 총선 참패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 탄핵과 분당으로 이어졌다. 지금 국민의힘에서도 비슷한 일이 되풀이될 조짐이 보인다. 이미 이준석 전 대표는 탈당을 공언했다. 본격적으로 공천 문제가 논의되고 친윤 논란이 벌어지면 원심력은 더 커질 것이다. 영남 중진 수도권 차출론, 동일 지역구 3연임 초과 금지 등이 거론되자 벌써 반발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가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이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징계 처분을 취소했지만 인재영입위원장의 이상한 발탁으로 빛이 바랬다. 당장 두 사람은 반발했다. 어느 정당이든 화합하고 혁신하지 않고서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특히 집권당이라면 국민의 지지가 있어야 당면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나라의 미래를 바꿀 개혁이 가능하다. 그러려면 구성원들이 인내와 절제, 타협을 해야 한다. 이를 이끌어낼 힘을 가진 사람은 현실적으로 대통령뿐이다. 혁신이 분란의 씨앗이 될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지는 대통령의 리더십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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