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마저… ‘공짜 클라우드’ 변심에 대학가 비상

유지한 기자 2023. 11. 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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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이어 저장 서비스 돌연 유료화… 대용량 자료 대책 ‘발등에 불’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국내 대학·교육 기관에 무료로 제공하던 클라우드(가상 서버) 저장 서비스를 돌연 유료화하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설비를 갖추고 국내 IT 서비스 시장을 과점하다시피 한 해외 대기업들이 교육기관에 무료로 이메일·클라우드를 제공하다가 사용자가 어느 정도 확보되자 수익화에 나선 것이다.

무료인 줄 알고 마음 놓고 해외 기업 서비스를 쓰던 국내 대학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수십~수백 기가바이트(GB)에 이르는 고용량 수업 영상과 자료를 별도 서버로 옮겨야 할 판이다. 별도 서버 확보와 이전, 유지에만 대학별로 연간 수억~수십억원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의 경우 MS의 무료 클라우드를 이용하지 못하면 데이터 저장에만 월 8억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연간 100억원에 육박하는 추가 비용이 필요한 것이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사회 공헌 사업인 것처럼 많은 대학을 끌어들인 뒤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유료화한다”며 “국내 대학들이 ‘공짜 클라우드’의 함정에 빠졌다”고 했다. 해외 테크 기업들이 순수 교육·연구 목적으로 저장 서비스를 사용하는 대학교를 상대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픽=백형선

◇‘무료인 줄 알았는데...’ 국내 대학가 비상

MS는 국내 대학교 등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메일·클라우드 서비스의 저장 용량을 무제한으로 제공해 왔다. 수업 자료나 영상 같은 대용량 파일을 많이 다루는 대학들은 MS의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최근 MS는 앞으로 대학별로 100TB(테라바이트)만을 제공하고, 개인 용량도 1TB에서 100GB(기가바이트)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무제한 무료 서비스는 내년 2월 종료된다. MS 측은 “저장된 데이터가 급증해 비용 측면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고 교육 기관과 학생이 데이터 유출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라고 정책 변경 이유를 밝혔다.

대학들은 갑작스러운 마이크로소프트의 정책 변화로 인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현재 국내에 MS의 무료 저장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대학교는 수십여 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예산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데이터를 다른 곳에 옮기거나 구성원들의 사용량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포스텍은 최근 학생·교수·교직원 등 구성원들에게 이번 달부터 100GB에 맞춰 용량을 정리해 달라는 공지를 메일로 보냈다. 포스텍 내부 구성원 5000명과 졸업생 등을 포함하면 MS 클라우드와 이메일 사용자는 1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텍 관계자는 “최대한 개인들의 사용 용량을 줄이고 그래도 안 되면 졸업생 사용을 제한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한양대는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 무제한 저장 서비스를 연말 종료하기로 하고 대상자들에게 최근 이메일로 통보했다. 한양대 관계자는 “학교가 사용하는 저장 용량 총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대 등 다른 대학들도 비슷한 조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균관대는 이번 학기부터 국내 서비스인 네이버클라우드를 도입했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MS의 초과 용량 비용이 많이 들 것으로 예상해 이보다 훨씬 저렴하고 유지·보수 대응이 빠른 국내 기업을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독점적 지위 이용해 돈 버나”

2년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구글은 2019년 초부터 대학들을 대상으로 무제한 이메일, 저장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 왔다. 하지만 서비스 도입 2년 만에 대학별 제공 용량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구글 역시 대학별로 100TB까지 무료로 제공하기로 하면서 대학가에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용·연구용 목적으로 무료로 사용하게 해준다더니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돈을 벌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과점한 시장에서 소비자가 피해를 본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한다. 돈을 안 받거나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해 경쟁자를 밀어내고 독점적 지위에 이르자 유료화하거나 요금을 올리는 식이다. 대안을 찾지 못한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돈을 내서라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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