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신간돋보기] 나만의 색으로 채우는 냥이들 外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2023. 11. 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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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의 색으로 채우는 냥이들

냥송이 조선 나들이 컬러링북- 냥송이 그림 /별글 /1만6800원


“우리가 조선의 고양이다냥!” 어딘가 모자라고 뚱뚱하지만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운 고양이 그림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일러스트레이터 냥송이가 고양이 컬러링북을 선보인다. 여섯 고양이가 먼 과거로 타임슬립 했다. 민화와 옛 그림을 떠올리게 하는 배경은 어딘지 친숙하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펼쳐낸 오래전 사람들의 일상 그림에서 주인공은 고양이다. 낚시도 하고, 그네도 타는 고양이와 풍경을 나만의 색으로 채우다 보면 번다했던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을 것 같다. 뒤 페이지에는 작가의 그림도 수록했다.

# 위안부 할머니 재판 28년 기록

1992년 관부재판과 할머니들- 하나후사 도시오 외 지음 /책숲 /1만8000원


1992년 부산에 거주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3명과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7명이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며 일본 야마구치 지방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것이 ‘관부재판’이다. 이 책은 일본의 관부재판 소송 지원 모임과 한국의 피해자 할머니들이 함께한 28년의 기록이다. 저자인 하나후사 도시오 씨 부부는 관부재판 지원 모임에서 중심 역할을 했다. 이 책은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이 있어야 하며, 관계의 악순환을 극복하고, 역사 인식을 공유해 후대에 전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 마음 둘 곳 없는 아이에 관심을

얘들아, 밥 먹고 놀자-마을 돌봄 이야기 /김보민 지음 /삶창 /1만5000원


1950년대 심리학자 해리 할로우는 엄마 잃은 새끼 원숭이가 헝겊 원숭이와 젖병 달린 철사 원숭이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는지 실험했다. 새끼 원숭이는 헝겊 원숭이에게 꼭 달라붙었다. 정서적인 교감과 포근한 접촉, 즉 따뜻한 관계에 대한 욕구가 영장류에게 얼마나 근원적인지 알려주는 결과였다.

저자는 마을공동체와 가족공동체가 거의 해체된 이 시대의 아이들은 마음 둘 곳이 없다고 지적한다. 늦게 돌아오는 부모를 대신해 저녁을 먹었는지 관심을 두는 좋은 어른들이 필요한 시대이다. 사회 돌봄의 본질적 문제가 무엇인지 일깨워 준다.

# 삶과 고통에 건네는 위로의 글

풍란- 정연순 소설집 /푸른고래 /1만4000원


2019년 제4회 동안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정연순 소설가의 첫 소설집. 제주 펜션에서 뭍으로 오게 된 풍란의 여정을 통해 바라본 인간의 삶과 고통에 보내는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표제작 ‘풍란’, 경직된 조직 속에서 개체화된 현대인을 통해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쇼펜하우어의 시계추’, 가족의 치매에 대한 갈등과 애정을 그려낸 ‘금성의 똥꼬’ 등 아홉 편의 단편을 엮었다. 저자의 시선은 불완전한 인간의 고통에 닿아있다. 그 고통 위에서 다시 희망을 찾는다. 인간을 바라보고 그 의미를 찾는 작품들이다.

# 1960년대 이후 동북아 산업화

동북아해역과 산업화- 부경대 인문한국플러스사업단 편 /소명출판 /3만6000원


부경대 인문한국플러스사업단이 2018년부터 간행한 ‘해역인문학 연구총서’ 제9권이 나왔다. 근현대 동북아해역을 탐구한 지난 5년의 연구를 거쳐 1960년대 이후 동북아 지역 산업화를 해역과 인문네트워크 관점에서 재해석한 연구의 성과이다. 이번 책은 ‘냉전과 열전’의 시대를 겪은 동북아 지역의 현대 산업화 과정을 항구 원조 사람의 세 영역으로 나누었다. 제1부는 동북아 항구와 항만의 개발을, 제2부는 전후 대외원조를 비롯해 당시 동북아 경제 성장과 문화 부흥을, 제3부에서는 어업 이민과 한일 교류를 논의했다.

# 스마트폰 중독 꼬집는 동화책

언니 폰좀비 만들기- 제성은 동화 /주성희 그림 /푸른숲주니어 /1만2800원


원수보다는 가깝고 친구보다는 먼 연년생 자매 변하리와 변주리의 대결. 언니 주리가 열두 살 생일 선물로 스마트폰을 받자, 하리는 가족 중 스마트폰이 없는 유일한 사람이 됐다.

하리는 혼자만 스마트폰을 갖지 못한 것이 내내 억울하고 분하다. 그러던 중 언니의 스마트폰에서 인공 지능, 아씨를 발견하고 얄미운 언니와의 전쟁을 끝낼 기회를 얻는다.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부모와 이에 맞서 스마트폰을 사수하려는 자녀 사이의 갈등, 자매끼리 사소한 것으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통해 스마트폰 중독을 꼬집는 미디어 리터러시 동화.

# 평이한 단어로 만든 반전의 詩

오믈렛- 임유영 시집 /문학동네 /1만2000원


2020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임유영의 첫 시집. 신인상 심사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박상수로 하여금 “뭐야, 이게 시인가? 근데 왜 자꾸 생각나지?”(심사평)라는 질문을 던지게 했다는 그 시인이다. 독자도 짧은 산문 모음집을 떠올리겠지만, 읽어보면 리듬이 느껴지는 산문시이다. 시어도 친숙하다. 대체로 특별한 미사여구도, ‘시적인’ 수사도 없다. 평이한 단어가 모여 뜻밖의 반전을 거듭한다. 그에 따른 화음을 통해 독특한 울림을 준다. 한국 시의 새 장면을 보여주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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