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닭’은 德을, 서양 ‘조개’는 다산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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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불러 먹이를 취하는 인(仁), 싸움에 임했을 때 물러서지 않는 의(義), 의관을 바르게 쓴 예(禮), 항상 경계하며 지키는 지(智), 어김없이 때를 알리는 신(信). '인의예지신', 다섯 가지 덕을 지닌 동물은 '닭'이다.
"조개는 다산의 상징이다. 물을 생명의 근원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물에 사는 연체동물의 껍데기를 다산과 여성성의 상징으로 인식한 것이다. () 사랑, 아름다움, 다산, 풍요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로마 신화에서는 비너스)도 조개와 관련이 있다. 이탈리아 화가 보티첼리는 조개껍데기 위의 바다 거품에서 여신이 나오는 모티브로 '비너스의 탄생'을 그린 바 있으며, '비너스'라는 이름의 조개도 실제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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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동물, 어휘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 기유미 외 지음 /따비 /2만원
- 경성대 한자硏 ‘어휘총서’ 펴내
- 한자로 보는 십이지 동물 이야기
- 한·중·일 문화 공유와 차이 조명
- 바다동물名 서양과 의미 비교도
- 비너스라는 이름의 조개 존재해
서로 불러 먹이를 취하는 인(仁), 싸움에 임했을 때 물러서지 않는 의(義), 의관을 바르게 쓴 예(禮), 항상 경계하며 지키는 지(智), 어김없이 때를 알리는 신(信). ‘인의예지신’, 다섯 가지 덕을 지닌 동물은 ‘닭’이다. 중국 한나라 때 인물 한영이 쓴 ‘한시외전’에 전하는 내용이다.
조선 후기 김창흡(1653~1722)은 닭의 생태와 오덕에 주목해 ‘닭을 읊다’는 시를 남겼다. “오락가락 돌아다니며 부리와 발톱으로 벌레 한 마리 잡아/ 굶주림 잊고 여러 새끼들에게 나누어 먹이네./ 하늘에서 부여받은 천륜의 오덕을 알고 있는 듯/ 유독 자애로운 마음으로 본성을 드러내네.” 신윤복의 그림 ‘투계도’에서도 점잖은 듯 위풍당당한 닭을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많은 기록에서 동양은 예부터 닭이 덕을 지녔다고 여겼음을 말해준다. 닭만 해도 재미있는데, 다른 십이지 동물에는 얼마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을까.
경성대학교 한국한자연구소는 한자 문화권 한자어의 미묘한 차이와 그 복잡성을 고려한 비교 연구를 통해 동아시아 삼국의 문화 특성을 조명하고, 서양 어휘 문화와 비교해 동서양 어휘 문화의 상호작용 현황과 이에 대한 다양한 통찰을 제공하는 ‘어휘문화총서’를 펴내고 있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이 ‘십이지 동물, 어휘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이다. 한·중·일 삼국이 공유하는 대표적 문화 중 하나인 십이지(十二支)를 상징하는 열두 동물의 관련 어휘와 그 안에 담긴 정서·문화를 비교한다. 각 문화가 공유하는 것과 차이를 살펴보는 흥미로운 내용이다. 앞서 소개한 닭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는 이 책에 실려 있다.
두 번째 책은 ‘바다 동물, 어휘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 인간은 상상도 못 할 만큼 바다를 자유롭게 오가는 바다 동물들의 이름과 상징, 생태와 습성, 한중일 삼국의 문자 및 문화 교류가 바다 동물 이름과 상징에 남긴 흔적, 서양과의 비교 등을 다루었다.
‘조개’에 대한 서양의 어휘와 문화를 책에서 읽어보자. “조개는 다산의 상징이다. 물을 생명의 근원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물에 사는 연체동물의 껍데기를 다산과 여성성의 상징으로 인식한 것이다. (…) 사랑, 아름다움, 다산, 풍요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로마 신화에서는 비너스)도 조개와 관련이 있다. 이탈리아 화가 보티첼리는 조개껍데기 위의 바다 거품에서 여신이 나오는 모티브로 ‘비너스의 탄생’을 그린 바 있으며, ‘비너스’라는 이름의 조개도 실제로 존재한다.”
비너스라는 조개가 진짜로 있을 줄이야. 따지고 보면 여신 이름과 조개 이름은 결국 인간이 지었다. 바다에는 인간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수많은 동물이 존재한다. 그중에는 인간이 잘 알고 어떤 방식으로든 관계를 맺어온 동물도 많다. 책은 인간이 그 동물을 어떻게 파악했는지가 바로 인간이 붙인 ‘이름(物名. 물명)’에 담겼다고 설명한다. 입이 큰 대구(大口), 몸이 뱀처럼 긴 장어(長魚)는 외형을 담은 이름이다. 한자 이름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jellyfish’는 해파리의 투명하고 흐물흐물한 몸체를 잘 표현한다.
두 권의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동물이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숨기고 있음을 알게 한다. 각 문화권에서 동물의 특성을 담아 붙인 이름·전설·신화는 사람들이 그 동물과 맺은 관계를 표현한다. 우리는 그 자료를 통해 거꾸로, 그 말과 이야기를 만든 사람들의 생각과 삶 속에 들어가 볼 수 있다. 오래전부터 우리 옆에 있었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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