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死刑,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재혁 기자 2023. 11. 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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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석방 없는 종신형·제시카법
범죄자 처벌·제재 강화 추세
법조계 “사형 집행도 재개하나”
명령권자 韓법무에 이목 쏠려

최근 법무부는 출소한 약탈적 성범죄자(sexual predator)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을 입법 예고했다. 반(反)인륜적 흉악범을 사회와 영구 격리시키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형법 개정안도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취임 이후 ‘국민 안전’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범죄로부터 국민이 안전해야 한다는 의미다. 당연한 말이지만, 범죄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전제가 깔렸다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두 법안도 그 연장선에 있다. 국회를 통과하려면 민주당 동의가 필요하지만 야당으로서도 ‘무조건 반대’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한동훈의 다음 수순은 사형 집행 아니겠느냐”는 말들이 나온다. 지난 26년간 국내에서 사형 집행은 한 건도 없었다.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12월 30일 23명이 사형된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로 인해 한국은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사형제는 존치돼 왔다. 헌재는 1996년과 2010년 사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지금 헌재에는 세 번째 헌법소원이 올라가 있는데, 헌법재판관 구성의 변화를 감안할 때 이전과 동일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사형 폐지론의 근거는 생명 존중, 범죄 억제 효과 없음, 오심(誤審) 가능성, 정치적 악용, 교화·갱생의 기회 박탈 등으로 요약된다. 이명박 정부에서 사형 집행을 고려했다가 접은 적이 있었다. 당시 상황을 아는 법조인은 “여러 요인이 작용했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이 대통령이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점이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사형 찬성론은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따라야 한다는 응보론(應報論), 형벌에 대한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범죄를 포기하게 만든다는 위하(威嚇) 효과 등을 기반으로 한다. 생명 존중 때문에 사형제를 없애야 한다면, 그런 나라에서 왜 낙태죄 처벌은 헌법 불합치라는 판단이 나왔느냐는 반박도 있다.

사형은 법무장관의 명령에 의해 집행되지만 그 전에 대통령의 결심이 있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생각은 잘 모르겠지만, 한 장관은 사형 집행 등 처벌의 강화가 흉악 범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고 한다.

한 장관은 지난 8월부터 전국의 교정시설 4곳의 사형 시설을 점검하라고 한 뒤, 대구교도소에 있던 유영철 등 사형수 2명을 사형 시설 정비가 잘돼 있는 서울구치소로 이감시켰다. 법무부는 집안이 풍비박산 난 피해자 가족들의 최근 상황도 수집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의 사형수들이 모범수가 됐다는 말도 들린다.

한 장관은 사형 집행은 “기본적으로 주권적 결정”이라고 했다. 사형 집행을 재개하면 유럽연합(EU)과의 외교·통상 관계가 악화할 것이란 지적에 대한 답이었다. 실제 한국이 EU에 “사형 집행을 안 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없다. 2009년 EU에서 이송된 범죄자에 대해 사형 집행을 안 한다는 합의를 했는데, 그것은 범죄인 인도의 본질상 당연한 내용이다. EU의 주요 교역국은 미국, 일본, 중국 등 사형이 이뤄지는 국가들이다.

현재 전국에는 59명의 사형수가 있다. 법조계에서는 범죄 흉포성이 상상을 초월하고 희생자 가족의 피해가 여전히 심각하며, 범행 자백으로 오심의 가능성이 없는 사형수에 대한 사형 집행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 장관도 이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을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있어서 “선거용”이라는 공격도 있을 테고, 쉽지 않은 문제다. 독자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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