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치즈가”… 쥐, 사람처럼 특정 장소 떠올릴 수 있다
특정 장소로 갈 때마다 보상 줬더니… 뇌 속의 공간기억 신경 패턴 활성화
눈앞에 없는 곳 상상하며 보상 기대
해파리도 학습-기억 능력 갖춰… “상상력 등 인간의 전유물 아냐”
인간을 동물과 구별하는 요소 중 하나는 창의성과 상상력이다. 집을 단장하고자 할 때 가구를 머릿속에 배치해 볼 수 있고, 업무로 지칠 때 휴양지에서 휴식하는 모습을 그릴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은 인간 고유의 능력으로 여겨져 왔지만 동물들도 일부 이런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해파리 같은 하등동물도 학습과 기억 능력이 있다는 사실도 알려진 바 있다.
● 가상현실, 뇌-기계 인터페이스 시스템으로 확인
기존 연구를 통해 설치류도 사람처럼 장소와 사건을 경험할 때 공간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인 해마에서 특정한 신경 활동 패턴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로 쥐가 자발적으로 신경 활동 패턴을 만들어 현재 위치에서 멀리 떨어진 위치를 떠올릴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규명됐다. 논문 제1저자인 충시 라이 박사후연구원은 “쥐는 실제 그곳에 가지 않고도 장소를 상상할 수 있다”며 “신체는 이곳에 머물러 있어도, 공간에 대한 생각은 외딴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현재 있는 위치와 떨어진 곳을 상상하는 능력은 뇌의 해마에서 일어난다. 연구팀은 쥐의 머릿속을 조사하기 위해 가상현실(VR)과 뇌-기계 인터페이스(BMI)를 결합한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했다. 쥐가 눈앞에 존재하지 않는 장소, 물체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 고안된 시스템이다. BMI는 쥐의 신경 활동을 측정해 그 의미를 번역하는 ‘생각 감지기’ 역할을 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쥐의 해마에서 일어나는 전기활동과 360도 가상현실에서의 위치를 연결해 쥐가 공간을 상상하는 능력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우선 쥐의 뇌 신호를 해독하기 위한 데이터들을 수집했다. 쥐가 특정한 경험을 했을 때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 패턴 데이터들을 모았다. 연구팀은 쥐가 러닝머신을 걸을 때의 움직임을 360도 VR 화면으로 변형하고, 쥐가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보상을 제공하면서 데이터를 모았다. BMI로 쥐의 해마 활동을 기록하며 어떤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는지도 살폈다. 그런 뒤 러닝머신을 중단하게 하고 특정 장소와 관련한 해마 활동 패턴을 보일 때마다 쥐에게 보상을 주었다. 그 결과 쥐는 보상을 얻기 위해 특정 장소를 떠올리고 보상을 얻으려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는 마치 사람이 마트에 가서 물건이라는 보상을 얻기 전, 집에서 마트로 가는 길을 상상할 수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해마 활동 분석을 통해 쥐가 공간을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물체가 이동하는 모습 또한 상상할 수 있다는 점도 밝혔다. 사람처럼 해마 활동을 유연하게 조절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워드휴스 의학연구소 연구팀은 이번 쥐 실험을 통해 BMI가 앞으로 해마 활동을 조사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입증했다. 연구팀은 “BMI는 뇌 영역을 연구하는 새로운 도구”라며 “의안, 의족 등 인공기관들을 설계할 때 적용될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고등동물 아니어도 학습, 기억 능력 있어
이번 연구는 하등하다고 여겨지는 동물이 생각하는 것보다 뛰어난 인지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선행 연구에서도 고등동물이 아닌 동식물에서 생각 이상의 능력들이 확인된 바 있다.
독일 킬대 생리학연구소 연구진이 올 9월 국제학술지 ‘현대 생물학’을 통해 쥐보다도 하등한 동물로 여겨지는 해파리는 학습과 기억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논문을 발표했다. 해파리는 별생각 없이 물속을 부유하며 떠돌아다니는 동물처럼 보이지만 ‘상자해파리’는 24개의 눈으로 구성된 ‘로팔리아’라는 시각계를 통해 학습하고 기억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심지어 식물도 외부 자극을 학습하고 기억한다는 보고가 있다. 2014년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대 연구진은 ‘미모사’가 외부 충격을 학습하고 기억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도 했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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