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氣勢 타기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2023. 11. 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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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보>(127~144)=안성준은 ‘기세(氣勢)가 좋은 바둑’으로 꼽힌다. 팽팽한 승부에서 멘털로 우위를 점하고 흐름을 주도하는 유형이다. 한번 기세를 타면 누구도 막지 못한다. 하지만 기세가 항상 승리 도우미 역할만 하는 건 아니다. 지나치면 독이 되기도 한다. 냉철하게 최선의 수만 찾는 AI(인공지능)는 감정도, 기세도 없이 인간 바둑계를 초토화했다.

좌하 일대 백 대마와 하변 흑 대마가 모두 미생(未生)이다. 양딩신은 일단 127로 뛰어 동태를 살핀다. 바로 수상전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참고 1도 10까지 외길 수순으로 흑이 한 수 부족하기 때문. 131까지 대형 바꿔치기로 절충이 이뤄졌다. 백이 중앙을, 흑이 하변을 접수한 대차대조표는 백이 약간 이득이다.

안성준이 기세를 타고 “진격 앞으로”를 외친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부정적 기세’에 가깝다. 138이 내친김에 저지른 이적수. 참고 2도 1에 붙였으면 흑이 귀를 보전하기 어려워 승부가 백쪽으로 기울었을 것이다. 142, 144로 좌충우돌하면서 국면은 또 다시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갯속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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