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페미사이드 단상

허행윤 기자 2023. 11. 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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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사이드(Femecide)라는 용어가 있다. 딱히 언제부터 썼는지는 궁금하지 않다. 하지만 그냥 흘러 넘기기엔 제법 묵직하다. 여성이란 뜻의 영어 단어 Female과 살해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Homicide가 합쳐졌다. 직역하면 ‘여성 살해’다.

좀 더 깊게 들어가 보자. 넓게는 범행 동기나 가해자 등과 상관 없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혹은 여성이라는 점을 노리고 살해하는 행위다. 좁게는 여성에 대한 증오범죄도 이에 포함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여성들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연애·동거·혼인 상대에게 살해당하는 사건도 페미사이드라고 정의하고 있다. 명백한 범죄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1차 여성대상범죄 국제재판에서 처음으로 언급됐다. 여성학자 다이애나 러셀이 주창했다. 1976년이었다. 페미사이드에 대해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에게 살해당하는 것’으로 공식화됐다. 그 이전부터 여성 살해는 빈발했다. 시계를 거꾸로 돌리면 남성우월 사회에서 그 범죄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페미사이드가 범죄로 인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끔찍하고 잔인한 인류의 민낯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최근 페미사이드 관련 통계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적인 분류 기준을 적용하는 연구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도 파악됐다. 여러 국가 기관 및 다른 나라들과의 협력도 이뤄지고 있고, 향후 진전 과정도 공개할 예정이다. 유엔도 공식적으로 (범죄)통계의 국제표준을 승인했다. 이제는 통계청이 페미사이드 통계를 구체화해야 한다. 여성 혐오 살해를 이른 바 ‘묻지마 범죄’라는 개념 오도 용어로 가려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타인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행위는 분명 단죄해야 한다. ‘여성 살해’도 그렇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다고 문명국이 아니다. 페미사이드가 용납되지 않는 사회가 돼야 진정한 선진국이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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