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디·사탕까지 매운맛 열풍… ‘맵부심’에 빠진 세계
“헉헉, 매워서 눈물 나요. 그렇지만 다 먹었어요(웃음)!”
영국 케임브리지 세인트존스 칼리지 기숙사 앞에서 만난 대학생 메리와 키티가 우리나라 삼양라면의 불닭볶음면을 맵다고 눈물까지 흘리면서도 한 그릇을 다 비우더니 이렇게 외친다. 구독자 576만명의 유튜브 채널 ‘영국남자’에 최근 업로드된 ‘케임브리지 대학생들에게 불닭볶음면을 줘봤더니’라는 영상 중 일부다.
전 세계가 ‘매운맛앓이’ 중이다. 지난달 말 미국 최대 프리미엄 식품 체인점이자 아마존의 자회사인 홀푸드마켓은 ‘2024년 미국이 주목할 식품 트렌드 10′을 발표하며 내년 세계를 휩쓸 식품 트렌드 중 하나로 ‘별별 매운맛 열풍(Complex Heat)’을 꼽았다. 홀푸드마켓 리서치팀은 “매운맛은 더 확산하고 진화할 것”이라면서 “매운 스무디와 매운 콤부차, 매운 칵테일과 고추 맛 사탕이 앞으로 더 많이 팔려나갈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식품 기업 네슬레도 2024년 전망 리포트에서 “매운맛이 키워드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매운 음식을 잘 먹는 자부심이라는 의미의 ‘맵부심’이 전 세계로 더 확산할 것이라는 얘기다.
세계적인 매운맛 열풍 덕분에 우리나라 식품 기업들은 내년에도 관련 제품 수출이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이 중에서도 전 세계 10~20대가 소셜미디어에서 ‘맵부심’을 드러내기 위해 자주 먹는 음식 중 하나다. 2018년 불닭볶음면의 매출은 2825억원이었는데 지난해 610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3700억원을 기록했다. 불닭볶음면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율은 2016년 61%에서 올 상반기 78%로 뛰었다.
◇전 세계 흔든 ‘맵부심’
농심은 2일 기존 신라면보다 두 배가량 더 매운 ‘신라면 더 레드’를 오는 20일 정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지난 8월 한정판으로 선을 보인 뒤 인기를 끌자 정식 제품으로 내놓는 것이다. 신라면 더 레드는 스코빌지수(SHU·캡사이신 농도를 계량화한 수치)가 7500으로 기존 신라면 3400의 2배가 넘는다. 본래 2019년부터 유럽과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해외에서 ‘신라면 레드 슈퍼스파이시’라는 이름으로 팔기 시작했는데 소비자 반응이 뜨겁자 국내에도 비슷한 상품을 선보이게 됐다. 농심 관계자는 “매운 음식을 잘 못 먹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독일·네덜란드에서도 반응이 뜨거운 것을 보고 거꾸로 국내에도 내놓게 됐다”고 했다.
오리온은 2020년부터 미국에서 꼬북칩 ‘플레이밍 라임맛’이라는 매운맛의 과자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매운맛 인기가 확산하기 시작한 미국 시장과 매운 소스를 본래 즐겨 먹는 히스패닉 시장을 함께 공략하기 위해 내놓은 과자다. 중국과 베트남 등에선 매콤한 김치 맛의 가루를 뿌린 스윙칩 한국김치맛이 인기다.
매운맛 열풍은 소셜미디어가 키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틱톡·유튜브 등에서 매운 음식 먹기에 도전하는 소위 ‘매운맛 챌린지(Spicy challenges)’가 유행처럼 번져 나가면서 매운맛 인기도 커졌다. 매운맛은 캡사이신의 농도를 계량화해서 매운 정도를 표시하는 스코빌지수로 표시할 수가 있다. 보통 가공식품 포장에도 스코빌지수가 숫자로 표시된다. 이를 시청자에게 먼저 보여주고 게임처럼 도전할 수 있다 보니, 짠맛이나 쓴맛, 단맛이 아닌 ‘매운맛 챌린지’가 놀이처럼 빠르게 번지게 됐다는 것이다. 올해 틱톡에서 가장 인기를 얻었다는 ‘매운맛 챌린지’ 영상은 조회 수 1억7600만 건을 넘겼다. 인스타그램엔 ‘매운맛 챌린지’ 관련 게시물만 275만 건이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 구글에서 매운 음식 키워드 검색량은 2008년 2억 건에서 지난해 7억2000만 건으로 늘었다. 시장조사 기관 팩츠앤드팩터는 세계 매운 소스 시장 규모는 2020년 27억5000만달러(3조7342억원)에서 2026년 46억달러로 67.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확장되는 별별 매운맛
매운맛 열풍이 갈수록 확대되자 글로벌 식품 회사들도 ‘K푸드 따라잡기’에 나섰다. 매운맛과 관계없어 보이는 케첩과 주스, 피자에까지 고춧가루와 칠리 오일을 섞어 내놓기 시작했다. 케첩으로 유명한 미국 크래프트하인즈사(社)는 각종 고추를 섞어 만든 매운맛 케첩 3종을 출시했다. 크래프트하인즈의 수석책임자 페드로 나비오는 “앞으로 매운맛 개발에 더욱 공격적으로 투자하겠다”고 했다.
미국 프랜차이즈 피자 업체 캘리포니아 피자 키친은 ‘핫 허니 크루아상 크러스트 피자’를 내놨다. 말 그대로 단맛과 매운맛이 섞인 ‘핫 허니(hot honey)’를 바르고 각종 토핑을 올린 피자다. 미국 콤부차 업체 요기(Yogi)도 최근 고춧가루와 생강이 들어간 음료를 새로 출시했다. 프랜차이즈 음료 업체인 스무디킹도 조만간 칠리고추가 섞인 매운맛 스무디를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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