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축구 왕국이었던 수원이다
올해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세 경기가 수원에서 치러졌다. 홈팀 kt위즈가 패넌트 레이스에서 2위를 기록했다. 수원 팬들의 열기는 막판까지 뜨거웠다. 30, 31일 이틀간 수원 위즈파크는 팬으로 가득 찼다. 창단 10년에 불과하다. 여전히 10개 구단 중 가장 신생팀이다. 그럼에도 역사를 쌓았다. 우승 1회, 포스트시즌 진출 4회다. 이제 kt위즈는 명가다. 수원의 산업이 됐다. 지역 정체성 확보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담당하고 있다.
야구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또 다른 공간에서 벌어지는 축구다. 본디 수원은 축구의 도시였다. 2002년 월드컵을 개최했다. 경기장 건립에 시민들이 십시일반했다. 경기도비와 수원시비가 투입됐다. 전국 월드컵 경기장 어디에도 없는 구조다. 이후 삼성블루윙즈라는 구단이 등장했다. 고등학교 선수 육성 등 지역 시스템도 구비했다. 여기에 박지성 등 스타플레이어도 탄생했다. 2010년대 초반까지 수원삼성은 수원의 자산이었다.
수원FC의 등장도 그 열기에서 기인했다. 2003년 3월 수원시민프로축구단으로 출범했다. 3부 리그 우승을 거쳐 2부 리그로 승격했고, 결국 1부 리그에 올랐다. 국내 축구팀 가운데 3부에서 시작해 1부에 오른 팀은 수원FC가 유일하다. 시민의 사랑이 유별났다. 식당, 문구점, 정육점 등 순수 시민들의 후원이 끊이지 않았다. 수원FC의 1부 리그 승격은 삼성블루윙즈와 함께 ‘수원 형제’ 시대를 열었다. 다른 지역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옛이야기가 됐다. 삼성블루윙즈가 축구 명가의 저력을 잃었다. 중위권 시대를 지나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지난달 29일 강등권 탈출을 가늠할 경기가 있었다. 대전과의 경기였는데 반드시 이겨야 했다. 먼저 두 골을 넣으며 승세를 굳히는 듯했다. 그러나 잇따라 골을 허용하며 무승부로 끝났다. 여전히 강등 위기에 놓여 있다. 아우 수원FC도 강등권에 몰려 있기는 마찬가지다. 남은 세 경기서 연승을 못하면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처지다.
‘수원의 축구 전설’을 기억하는 많은 시민이 있다. ‘수원 형제 동반 몰락’이라는 기사가 아프게 다가온다. 현대 프로스포츠의 관건은 투자다. 투자 대비 결과의 공식이 지배한다. 유럽 축구의 유로 파워, 중동 축구의 오일 파워가 이를 증명한다. 수원삼성의 몰락은 모기업의 투자 위축에서 출발했다. 수원FC의 고난은 시민 구단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이 명백한 원인을 팬들은 잘 안다. 그럼에도 많은 팬들이 ‘버릴 수 없는 수원 왕조’를 추억한다. 수원삼성과 수원FC가 정상에서 만나는 꿈같은 ‘수원더비’를 상상하고 있다.
수원시와 구단, 팬, 시민이 머리를 맞대볼 필요는 없을까. 소통으로 대략의 방향이라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축구를 사랑하는 시민들은 여전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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