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현존 최고 성능·경제성 ‘그린수소 생산 촉매’ 찾았다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지금까지 개발된 기술 중 성능이 가장 뛰어난 그린수소 생산 촉매 기술을 찾아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현택환 나노입자 연구단장(서울대 석좌교수)과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첨단연성물질연구단장 대행(UNIST 특훈교수) 연구팀이 촉매의 성능을 예측하는 AI를 개발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그린수소 생산 성능을 갖춘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 촉매를 발견하고 연구결과를 2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 온라인판에 공개했다고 밝혔다.
수소는 효율적이면서 안전한 재생에너지다. 생산 방법에 따라 석유화학 공정의 부산물을 활용하는 ‘부생수소’, 천연가스(LNG, 메탄가스)를 분해하는 ‘개질수소’, 물을 분해하는 ‘수전해 수소’ 등이 있다. 이 중 수전해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얻은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로, 온실가스 배출이 없어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수전해 기술 상용화를 위한 많은 연구가 이뤄졌지만 산소 발생 반응 속도가 느린 점이 문제였다. 전기로 물을 분해하면 수소와 산소가 발생하는데, 산소 발생 반응 속도가 느려 전체 수소 생산 속도에 걸림돌이 된다. 산소 발생 반응 속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리듐, 루테늄 등 귀금속 촉매를 사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값이 비싸 경제성이 없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게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 촉매다. 이 촉매는 전기화학적 특성이 우수하고 다양한 원소를 조합해 만들 수 있어 촉매 반응에 필요한 특성을 개선해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조합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은 만큼 최적의 성능을 내는 조합을 골라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페로브스카이트 촉매는 귀금속 촉매 대비 산소 발생 효율이 낮았다.
연구진은 AI 기반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 촉매 성능 예측 시스템을 고안해 최적의 조합을 찾아냈다. 우선 기존 연구를 참고해 40개의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 촉매를 합성하고, 실험적으로 성능을 측정해 데이터세트를 구축했다. 그 다음 비교적 작은 규모의 데이터세트로도 효율적 학습이 가능한 능동 학습 기반 AI에게 구축한 데이터세트를 학습시켰다.
학습을 마친 AI로 1만 종류의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 촉매 후보의 성능을 예측한 결과, 가장 성능이 우수할 것으로 예측된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 촉매(CPCF, Ca0.8Pr0.2Co0.8 Fe0.2O3-δ)는 칼슘, 프라세오디뮴, 코발트, 철 등 값이 비교적 저렴한 비귀금속으로 구성됐다. 기존에 가장 높은 그린수소 생산 성능을 보인 이리듐 촉매 대비 10배 가량 저렴하면서 성능은 초기 6시간까지 우수했다. 촉매의 성능을 나타내는 기준인 과전위는 391mV(밀리볼트)로 AI가 예측한 값인 396mV와 비교해 1%의 오차만 보였다.
제1저자인 문준석 연구원은 “페로브스카이트 촉매 개발에 AI를 접목한 기존 연구는 AI가 예측한 성능과 실제 성능이 상이하다는 문제가 있었다”며 “우리는 능동 학습 기반 AI를 구축했기 때문에 수십 개 물질 규모의 작은 데이터세트만으로 정확한 예측 도구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 과학자들이 발견한 촉매의 구조와 성능 간의 다양한 상관관계를 AI가 예측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혼합된 금속 원소의 종류가 많고 조성이 복잡할수록 촉매 성능이 개선된다는 ‘엔트로피와 성능의 정비례 관계’ 등 구조-성능 상관관계를 정확하게 예측한 것이다.
현 단장은 “그린수소 생산의 걸림돌이었던 느린 산소 발생 반응 문제를 해결하고, AI를 활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그린수소 생산 촉매를 발견했다”며 ”촉매뿐만 아니라 배터리, 연료전지 등 소재 전 분야에서 최대 성능을 가지는 챔피언 물질을 발견하는 데 범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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