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카카오, 주요그룹 쇄신안서 답 찾는다

최우영 기자 2023. 11. 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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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머니S
카카오가 최근 창업자 구속 위기부터 사업구조 비판까지 그룹사 전반을 둘러싼 악재를 털기 위해 쇄신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한 대응과 별개로 사회적 눈높이에 맞는 윤리·준법경영 체계를 마련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쇄신안은 그동안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총수 구속 등 법적 처벌을 받은 국내 주요 그룹사들의 전례를 따라가는 것으로 보인다.
CEO 회의 정례화하고 준법경영 감시기구 구축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달 30일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과 홍은택 대표, 주요 그룹사 CEO(최고경영자)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동체 경영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 경영진은 현상황을 최고 비상경영 단계로 인식하고 경영체제 자체를 일신해 윤리·준법경영 수준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에스엠엔터테인먼트(에스엠)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 △카카오모빌리티의 고율 가맹택시 수수료 및 분식회계 논란 △카카오VX의 스타트업 기술탈취 논란 등에 시달린다. 몇 년 전부터 이어진 경영진의 스톡옵션(주식매입행사권) 행사 등 도덕적 해이도 남궁훈 전 대표가 올해 100억원 가까운 차익을 남기며 실현해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카카오는 CEO 회의를 정례화해 최근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강도 높게 조사하고 준법감시를 위해 앞으로 외부통제까지 받아들이는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신사업이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경우 사회적 영향에 대한 외부평가를 받겠다는 것이다. 우선 각 그룹사의 준법경영 실태점검기구를 마련해 사회적 눈높이에 부응하는 경영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사회적 물의→총수 구속됐던 대기업집단 벤치마킹
판교 카카오 아지트. /사진=뉴시스
카카오의 이같은 쇄신안은 오너경영체제에서 사회적 비판을 받은 뒤 총수 구속 등 이른바 '사법치료'를 받은 그룹사들의 쇄신안을 학습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 롯데 등 그룹사들이 비자금 조성, 갑질논란 등으로 지탄받은 뒤 집중한 게 윤리·준법경영 강화방안이었다.

특히 정례회의에서 논의된 '외부통제를 받는 준법감시기구'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0년 도입한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상당부분 답습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외부에 별도 준법감시기구를 둔 사례다. 위원회는 삼성의 7개 계열사가 준법의무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점검한다.

'인적쇄신' 역시 그룹사들의 전례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내년 3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카카오 계열사 CEO는 홍은택 카카오 대표를 비롯해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 문태식 카카오VX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등이다.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컨트롤타워 강화' 해법될까…갑론을박
일각에서 카카오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하는 '컨트롤타워 부재' 역시 쇄신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다만 현재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CA협의체(옛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를 강화하는 게 준법경영 강화의 해법이 될지는 미지수다.

카카오의 공동체 전략을 조율하고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출범한 CA협의체는 원래 김범수 센터장과 홍은택 대표, 송지호 크러스트유니버스 대표 등이 참여했으나 지난 9월부터 권대열 카카오 정책센터장,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배재현 카카오 CIO(투자총괄대표) 4인체제로 전환했다. 권 센터장이 위기관리, 김 이사장이 경영지원, 정 대표가 비즈니스, 배 CIO가 투자를 책임지는 식으로 역할분담이 이뤄졌으나 현재 에스엠 시세조종 혐의로 배 CIO가 구속된 상태라 당분간 3인체제로 갈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대기업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때 나오던 쇄신안 중 하나가 계열사별 독립경영을 강화하거나 상장하는 방식으로 오너의 영향력을 희석하는 것이었다"며 "카카오의 윤리경영 수준을 높이기 위해 컨트롤타워를 강화하고 오너의 개입을 강화하는 게 꼭 좋은 방안인지는 좀 더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라고 바라봤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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