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술도녀’

이수영 2023. 11. 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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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가을에 방영된 한편의 드라마는 여성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전문가들은 "20~30대 여성 음주율이 높은 것은 도수가 낮은 술이나 과실주 같은 주류상품이 개발되고, 음주에 대한 사회·문화적 수용성이 높아진 영향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술꾼도시여자들'의 인기와 여성 음주율 증가는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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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가을에 방영된 한편의 드라마는 여성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술꾼도시여자들’은, 술 한잔이 인생의 신념인 세 여자의 일상을 그렸다. 매일 매일 술자리는 끊임이 없었고, 그녀들의 술 마시는 모습은 사납기까지 했다. 억센 말투와 과격한 행동은 낯선 풍경이었다. 때론 찰진 욕이 등장하고, 액션도 동반했다. 알코올 중독이라고 여길 만큼 음주 장면이 잦아,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으로 방송을 탔다. 하지만 젊은 여성들에겐 큰 인기를 끌었다. 한 종합유선방송국의 자회사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임에도, 시청률 3.3%라는 만만치 않은 성적을 냈다. 술을 주제로 한 드라마였지만, 술 이상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여성 직장인들의 애환과 일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여성들의 갈등과 우정이 그려졌다. 무엇보다 무언가 큰 목소리로 자신들의 감정을 표출할 창구를 찾지 못한 여성들이 대리만족을 했을 수도 있다. 여성들도 거친 방식으로 세상에 이야기하고 싶은 의식이 내재해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 작품이었다.

최근 매체에 소개된 한 통계는, 이런 추론을 반영한 듯도 하다. 질병관리청이 발간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기반의 음주 심층보고서에 따르면, 1주일에 2회 이상 술을 마시는 ‘고위험 음주’를 하는 남성은 줄어든 반면, 여성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위험 음주자는 남성은 50대, 여성은 30대에서 특히 많았다. 월간 폭음률은 남성의 경우 61.7%에서 56.0%로 유의미하게 내렸으나, 여성은 31.0%에서 31.1%로 큰 변화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20~30대 여성 음주율이 높은 것은 도수가 낮은 술이나 과실주 같은 주류상품이 개발되고, 음주에 대한 사회·문화적 수용성이 높아진 영향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런 추세라면 당분간 여성들의 음주가 누그러들지는 않을 것같다. ‘술꾼도시여자들’의 인기와 여성 음주율 증가는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젠 여성에게 기대했던 정형화된 태도와 선입견을, 벗어던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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