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하려는 남성 혀 깨물어 절단...지금은 맞고 그땐 틀리다? [그해 오늘]

박지혜 2023. 11. 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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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오늘(11월 3일), 부산 남부경찰서는 '황령산 혀 절단' 사건을 수사한 결과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남성 A씨는 2020년 7월 19일 오전 부산 서면 번화가 일대에서 술에 취한 여성 B씨를 발견하고 "데려다 준다"고 말하며 자신의 차량에 태운 뒤 인적이 드문 황령산 도로변으로 이동했다.

A씨는 산길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B씨를 강제추행하려다 혀를 깨물려 약 3㎝가량이 절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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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성폭행을 저항하는 과정에서 남성의 혀를 깨물어 절단한 여성의 행동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3년 전 오늘(11월 3일), 부산 남부경찰서는 ‘황령산 혀 절단’ 사건을 수사한 결과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남성 A씨는 2020년 7월 19일 오전 부산 서면 번화가 일대에서 술에 취한 여성 B씨를 발견하고 “데려다 준다”고 말하며 자신의 차량에 태운 뒤 인적이 드문 황령산 도로변으로 이동했다.

A씨는 산길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B씨를 강제추행하려다 혀를 깨물려 약 3㎝가량이 절단됐다.

범행 후 A씨는 “합의에 의한 행위였다”고 주장하며 도리어 B씨를 중상해 혐의로 고소했고, B씨는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경찰은 차량 블랙박스와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수사한 결과, A씨의 강제추행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B씨의 행위가 정당방위를 넘은 ‘과잉방위’이긴 하지만 형법 21조 3항에 따라 면책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형법 21조3항은 “방어행위가 정도를 초과한 경우라고, 그 행위가 야간에 발생했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 경악, 흥분 당황으로 발생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사진=이미지투데이)
감금, 강간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그다음 해인 2021년 8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에 3년간 취업 제한 명령도 내려졌다.

재판부는 A씨가 황령산으로 향하던 도중 편의점에서 산 청테이프로 B씨를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성폭행을 시도한 사실을 인정했다.

검찰은 B씨의 혀 절단 행위는 정당방위로 판단해 기소하지 않았다.

이러한 경찰과 법원 판단에 여성단체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최말자 씨는 50여 년 전 부산에서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는 이유로 졸지에 ‘가해자’가 됐다.

최 씨는 18세이던 1964년 5월 6일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노모(당시 21세)씨 혀를 깨물어 1.5㎝ 자른 혐의(중상해죄)로 부산지법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 씨는 성폭행에 저항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 씨에게는 강간미수를 제외한 특수주거침입·특수협박 혐의로 최 씨보다 가벼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964년 성폭력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고의에 의한 상해’로 구속 수사 및 유죄 판결을 받은 최말자 씨가 지난 5월 3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개시 촉구 탄원서를 제출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6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2020년 5월, 최 씨는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오늘날과 같이 성별 간 평등이 우리 사회의 주요한 가치로 실제 받아들여졌다면 청구인(최 씨)을 감옥에 보내지도, 가해자로 낙인찍지도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끝내 청구인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서 과거의 사건을 뒤집을 수 없다는 결론이다.

재심 여부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최 씨는 올해 6월 “난 뒤집어달라고 한 적 없다. 법 그대로 바로잡아달라고 하는 거다”라고 YTN을 통해 말했다.

재심을 청구한 계기에 대해선 “60대 중반부터 중·고등학교 3년을 공부하고 방송통신대에 갔다. 그때 ‘성, 사랑, 사회’라는 교재를 보면서 (남녀가) 평등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성폭력에 대한 많은 것을 깨우치고 ‘내가 보호받을 수 있게 재심을 해야 된다’는 결심이 섰다”고 밝혔다.

최 씨는 “(그동안 당한) 수모와 치욕을 어떻게 다 말할 수가 없다. 그 억울함하고 그 사건 당시 일어난 일을 평생 하루도 잊어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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