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김기용]상하이의 불만은 베이징의 불안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2023. 11. 2.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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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 5월 중국 상하이는 악몽의 도시였다.

중국 경제 수도이자 세계 물류 중심지 상하이를 봉쇄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많았다.

이번 상하이 핼러윈 축제는 중국 당국에 대한 불만과 스트레스를 청년들이 해소하는 장(場)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그 어느 도시보다 개혁개방 경험이 많은 상하이를 당장 누를 순 있어도 끝까지 막을 순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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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괴물-유령 사이 ‘곰돌이 푸’와 ‘다바이’
통제와 검열로는 젊은이들 불만 덮을 수 없어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지난해 4, 5월 중국 상하이는 악몽의 도시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도시 전체가 두 달여간 봉쇄됐다. 중국 경제 수도이자 세계 물류 중심지 상하이를 봉쇄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많았다. 지난달 27일 갑작스럽게 사망한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는 “과도한 방역으로 물류가 차질을 빚고 곡물 수확이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고 부정적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공산당은 봉쇄를 선택했다.

지난달 31일 상하이 곳곳에서 열린 핼러윈 행사에는 이색 캐릭터 복장을 한 사람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흰색 방역복을 입은 다바이(大白·코로나19 방역 요원의 별명)들이 다수 나왔다. 핼러윈에 나타나는 캐릭터들은 대부분 영화에 나오는 악당이나 괴물, 악마, 마녀, 유령 등이다. 그런데 올해에 난데없이 다바이들이 함께 거리를 누빈 것이다. 이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시민들 코를 면봉으로 찌르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상하이 시민들에게 이보다 더 사실 같은 악몽은 없을지도 모른다.

핼러윈과는 어울리지 않는 또 다른 캐릭터도 등장했다. 착하고도 귀여운 곰돌이 푸다. 2013년 시 주석이 집권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걸어가는 모습이 디즈니 만화영화 주인공 곰돌이 푸를 닮았다고 해서 이때부터 ‘시진핑=곰돌이 푸’ 공식이 만들어졌다. 이런 곰돌이 푸가 악마와 유령, 괴물 복장 사이를 돌아다닌다는 것은 상하이 시민들이 무엇을 표현하려 했는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장례식장의 조화(弔花) 화환으로 분장한 사람도 보였다. 그 옆 사람은 ‘당신이 너무 보고 싶다’고 쓴 종이를 들고 있었다. 누구를 추모하는지, 누구를 그리워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과도한 방역보다는 경제를 우선시하며 시 주석에게 무기력하나마 반기를 들기도 한 리 전 총리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리 전 총리를 추모하는 열기가 퍼지는 것을 중국 당국이 꺼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바이, 곰돌이 푸, 장례식 화환. 상하이의 불만이 이보다 더 잘 표현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번 상하이 핼러윈 축제는 중국 당국에 대한 불만과 스트레스를 청년들이 해소하는 장(場)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이후에도 경제 회복은 더디고 청년실업 문제는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핼러윈을 불만 분출의 창구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한 중국 누리꾼은 최대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상하이 핼러윈은 축제처럼 보이지만 많은 의상 뒤에 평범한 이들의 상처가 있다”며 “마침내 이를 분출하고 공유할 기회를 얻었다”고 썼다.

베이징과 상하이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도시 전체 분위기, 정치 성향, 문화적 차이 등 거의 모든 것이 다르다. 그래서 상하이의 불만은 베이징의 불안이다. 위협이기도 하다. 중국 당국은 이미 상하이 핼러윈 사진이 퍼져 나가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웨이보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에는 “상하이 핼러윈 축제로 옷을 벗게 될 상하이 공무원이 한둘이 아닐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이른바 ‘상하이 민심’을 다독이지 못한다면 베이징이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지금 같은 방식의 통제와 검열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중국 그 어느 도시보다 개혁개방 경험이 많은 상하이를 당장 누를 순 있어도 끝까지 막을 순 없지 않을까. 눌릴 때까지 눌린 불만은 언젠가 터지게 마련이라는 것은 진리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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