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오디오와 함께라면[공간의 재발견/정성갑]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 2023. 11. 2.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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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로 떠나온 여행.

BTS의 선택으로 유명해진, 아니 그 전부터 감각의 고수들은 다 알고 편애했던 아원고택에서 인상 깊게 본 것 중 하나는 오디오였다.

며칠 전에는 '오디오' 매거진 이현준 대표와 토크를 했는데 그가 말했다.

몇 년 전, '그 남자의 오디오'란 제목으로 오디오에 열광하는 남자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이가 아티스트 최기석 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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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로 떠나온 여행. BTS의 선택으로 유명해진, 아니 그 전부터 감각의 고수들은 다 알고 편애했던 아원고택에서 인상 깊게 본 것 중 하나는 오디오였다. 새로 생긴 갤러리에도, 1층 카페에도, 아침 식사를 하는 식당 옆 휴게 공간에도 어김없이 근사한 디자인의 오디오 세트가 놓여 있었다.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
앰프와 CD플레이어, 스피커 등이 최적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는 모습은 최고의 에이스로 팀을 꾸린 콰르텟이나 퀸텟 연주단처럼 근사했다. 이곳의 파운더인 전해갑 대표는 소문난 오디오 마니아다. 직접 이야기를 들었는데 청년 때부터 계속해서 음악을 들었다고, 그래서 본인 가는 곳엔 어디나 최적의 오디오 시스템이 있고 인간에게 가장 깊이 스며드는 건 소리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의 감각 기관 중 영성과 가장 가까운 것이 청각 아닐까 싶다. 우리가 눈을 감고도 30초가량 더 살아 있는 기관이 청각이라지 않는가. 사랑해요, 고생했어요 같은 말을 가슴에 담고 망자는 이승길을 건너는 건지도 모른다.

근사한 오디오 시스템을 장만하는 건 나의 오랜 위시리스트다. 명기가 들려주는 음악적 쾌감에 대해서는 여러 번 들어왔다. 며칠 전에는 ‘오디오’ 매거진 이현준 대표와 토크를 했는데 그가 말했다. “좋은 오디오로 오케스트라 음악을 들으면 어떤 연주자가 무대 어디에 있는지까지 그려집니다.” 오디오에 진심인 명사 이야기도 나왔는데 스티브 잡스 사례가 단연 흥미로웠다. 최고의 생산자이자 최고의 소비자이기도 했던 그는 평생 최고의 하이엔드 오디오를 고집했다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없으면 적당한 물건이 나올 때까지 아예 구매하지 않아 신혼집에도 소파 대신 스티로폼을 두고 살았다는데 오디오에는 활짝 열려 있어서 평생 적극적인 소비를 했다고. 음악에 둘러싸여 있을 때 그의 영혼은 윤슬로 반짝이는 수면처럼 생기 있고 충만했을 듯.

몇 년 전, ‘그 남자의 오디오’란 제목으로 오디오에 열광하는 남자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이가 아티스트 최기석 씨이다. 독일 쾰른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오디오에 빠졌는데 젊었을 적, 돈은 없고 좋은 스피커는 사고 싶어 궁리궁리하다가 결혼할 때 아내에게 준 금목걸이랑 팔찌를 팔아 비용을 댔다고(하하). 그때 그가 웃으며 한 말이 있다. “집에 편히 누워 최고의 사운드를 듣고 있으면 온 우주가 다 내 것 같아요.”

아원고택에서 전주의 다른 숙소로 넘어왔는데 세상에, 이곳에도 떡 하니 좋은 오디오가 놓여 있다. 카를 뵘의 지휘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을 듣는다. 과연. 공기층이 쩍 갈라지면서 나만의 우주가 거실 안에 꽉 차는 듯했다.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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