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탄핵 발언에 "자신이 탄핵 언급한 대통령 처음"
김민하 "예산재배치에 누가 탄핵한다 했나…생뚱맞아" KBS 기자 "처음들어"
MBN "속내 들어내" TV조선 "민생강조" 뉴스A "결기"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시민들과 만나 어려운 서민을 두둑히 해주는 쪽으로 예산을 재배치했더니 탄핵한다는 얘기가 막 나온다고 언급해 논란이다.
대통령이 스스로 시민의 탄핵 발언을 옮긴 것도 이례적이지만 예산문제로 탄핵한다는 말을 누가 했겠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생뚱 맞다”(김민하 평론가), “속내를 드러냈다”(MBN)는 지적도 나왔지만 일부 방송은 “민생을 강조한 것”(TV조선), “결기를 보여줬다”(뉴스A)고 긍정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오전 소상공인, 택시기사, 무주택자, 주부 등 시민 60여명과 만나 타운홀 방식으로 진행한 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 같은 표현을 썼다. 윤 대통령은 “국민들이 못 살겠다고 절규를 하면 바로 듣고 답을 내놓을 수가 있어야 된다”면서도 “결국은 돈이 드는데, 누가 부담할 거냐, 재정에서 예산을 막 늘릴 수는 없잖아요. 정부 재정 지출이 팍팍 늘어가면 물가가 오른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70년대 말, 80년대 초 인플레이션이 심했을 때 정부재정 지출을 늘리지 않고 물가를 잡았다는 김재익씨 사례를 소개하면서 “다른 데 쓰던 불요불급한 것을 줄이고, 정말 어려운 서민들의 절규하는 분야에다 재배치시켜야 되는데, (그전에) 받아오던 사람들은 죽기 살기로 저항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받아오다가 못 받는 쪽은 그야말로 정말 대통령 퇴진 운동한다”며 “지금 같은 이런 정치 과잉 시대에 유불리를 안 따지겠다 그랬다…어려운 서민들을 두툼하게 지원해 주는 쪽으로 예산을 재배치를 시키면 아우성이다. '내년 선거 때 보자', '아주 탄핵시킨다' 이런 얘기까지 막 나온다. 그래서 제가 '하려면 하십시오, 그렇지만 여기에는 써야 된다, 그러나 우리 재정을 더 늘리면 그러면 물가 때문에 또 서민들이 죽는다'(고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것이 오늘날과 같은 이런 정치 과잉 시대에 서민들이 정치 과잉의 희생자일 수도 있다”며 “그렇지만 어쨌든 누구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대통령인 제 책임, 우리 정부의 책임이라는 확고한 인식을 가지고 오늘 말씀을 잘 경청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긴축재정과 예산 재배치 얘기를 하면서 탄핵 얘기까지 꺼내야 하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일 오전 백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스스로의 탄핵 표현을 어떻게 보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그런 대통령님 처음 본다”며 “직접 탄핵이라는 말씀을 해주신 대통령님이 … 의문이기도 하다.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방송에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2일 KBS 라디오 <최강시사>에서 “현장에 가서 시민을 만나 설득하려는 모습이나 내 책임라고 한 것은 의미가 있고, 건전재정 얘기를 할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런데 의문은 탄핵 여론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다소 생뚱맞게 들린다”고 지적했다.
김 평론가는 “'서민들을 두툼하게 지원해주는 쪽으로 예산을 재배치했더니 선거때보자, 탄핵시킨다'고 했다는 건데, 탄핵시키겠다는 사람이 누구냐. 야당 지지자도 예산 문제로 탄핵 얘기한 건 아니다”라며 “시정연설에서 R&D 예산을 줄여서 서민예산에 투입했다고 했는데, 그러면 R&D 예산이 없어진 과학자들이 탄핵한다고 했나. 그런 얘기 못들어봤다.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들은 얘기인지 (모르겠으나) 세간의 여론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진행자인 김기화 KBS 기자도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가 탄핵당한 뒤 과반 의석을 차지한 사례를 들어 “혹시 윤 대통령 열린우리당 만들고 싶은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며 “이렇게 (추측하게) 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 것 아니냐. 용어 선택에 있어서는 가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 평론가는 “이런 방식의 설명보다 국민의 목소리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상태 그대로를 전제로 자기정책을 설명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MBN은 1일 저녁 메인뉴스 <뉴스7> '악수 하루 만에 “탄핵하려면 하라” vs “국민이 원숭이?”'에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도 '예산 재배치'라는 표현을 쓰며 낭비를 줄이자고 하면 아우성에 탄핵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속내를 드러냈다”고 해석했다.
이에 반해 채널A와 TV조선은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했다. 동정민 채널A 앵커는 이날 <뉴스A> '시민 만나 “선거 위한 정치 안 한다”'에서 “윤석열 대통령 어제 야당의 쓴소리를 듣더니 오늘은 국민의 쓴소리를 듣겠다며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며 “윤 대통령 모든 건 제 책임이라며 탄핵 이야기도 나오지만 선거 유불리를 따지는 정치는 안 하겠다며 결기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기자도 “야권에서 재정을 더 투입하라고 하지만 불필요한 지출을 정리해 약자 보호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방송했다.
TV조선은 같은 날짜 <뉴스9> 톱뉴스 '국민과 민생 논의…“은행 독과점 방치 안돼”'에서 “전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야당에 몸을 낮춰 민생 협조를 요청한데 이어 재차 민생을 강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TV도 <뉴스리뷰> 톱뉴스 '“정치과잉 희생자는 서민”…카카오·은행 독과점 정조준'에서 “윤 대통령은 민생을 위해 물가를 잡으려면 재정 긴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반발이 있더라도 이를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와는 달리 뉴스에서 아예 다루지 않거나 윤 대통령의 탄핵 발언은 뉴스에서 언급하지 않은 방송도 있었다. JTBC는 윤 대통령 타운홀미팅 자체를 보도하지 않았고, MBC(<뉴스데스크> '“재정 풀면 물가 올라”‥“어려울 때 돈 풀어야”')와 SBS(<8뉴스> '“카카오, 택시에 횡포 부도덕…은행도 갑질”')는 해당 뉴스에서 윤 대통령 탄핵 발언을 아예 소개하지 않았다.
KBS와 YTN은 탄핵 발언 육성만 전달했을 뿐 별다른 평가나 해석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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