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청소년 예산’ 대폭 줄어 씁쓸

이희경 2023. 11. 2.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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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 아이를 키우고 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청소년 활동 관련 예산은 줄줄이 삭감됐다.

대표적으로 올해 38억2500만원으로 편성됐던 청소년 활동 지원 예산은 내년에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또 올해 26억3000만원이 반영됐던 청소년 정책 참여지원 예산도 대폭 삭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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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 아이를 키우고 있다. 어린이집을 마치고 근처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친구들과 놀고 싶어 할 때면 아빠의 손을 잡아끌던 아이였지만 최근에는 스스로 친구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먼저 역할 놀이를 제안한다든지, 친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친구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법을 시행착오를 거쳐 배우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회적 관계 맺기’는 눈에 보이는 능력은 아니지만 삶을 살아가는 데 기초가 된다. 우리가 매일 교류하는 이들과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자연스레 터득된다고 여겨졌던 이런 능력은 이제는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됐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문화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이런 흐름을 강화하는 기폭제가 됐다.
이희경 경제부 기자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0대 청소년 10명 중 4명(37.0%)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었고, 청소년 10명 중 2명(18.7%)은 코로나19 이후 절친한 친구와 관계가 멀어졌다고 답했다. 대구의 한 중학교 선생님은 “요즘 학생들을 보면 상대방 표정을 직감적으로 알아채는 등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이 결여되는 경우가 예전보다 많아졌다는 걸 확실히 느낀다”고 말했다.

소통 능력의 부족에서 비롯되는 고립감은 심리적 차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핀란드의 라일라 발리마 교수가 자국 내 5925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외로움을 느끼는 아동일수록 두통과 위장질환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영국의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는 ‘고립의 시대’를 통해 “외로움은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것보다 더 우리 몸에 해를 끼친다. 알코올의존증과 비슷한 수준으로 비만보다는 2배나 더 우리 몸에 해롭고, 담배를 매일 15개비씩 피우는 것만큼 해롭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고립감과 외로움은 측정하기 어렵고, 곪은 후에야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청소년은 관계 맺기에 서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의 각종 대외활동 지원은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수치로 확인되는 성과를 확인하기 어려운 탓일까.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청소년 활동 관련 예산은 줄줄이 삭감됐다. 대표적으로 올해 38억2500만원으로 편성됐던 청소년 활동 지원 예산은 내년에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이 사업에는 청소년 동아리 지원 및 청소년 축제 운영과 관련한 청소년 어울림마당 등이 포함된다. 또 올해 26억3000만원이 반영됐던 청소년 정책 참여지원 예산도 대폭 삭감됐다. 이 사업은 청소년의 정책참여 활성화 및 청소년 관련 행사의 다양한 체험 기회 제공 등으로 구성된다.

합계출산율 0.7명(2분기)으로 요약되는 저출산 문제의 해결은 결국 아이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부모급여 확대 등 직접적인 출산 장려 정책도 의미가 있지만 청소년들이 ‘공부하는 기계’에서 벗어나 유대감을 느끼게 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세수 펑크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청소년 활동 예산이 대거 삭감되는 사회에서 청소년에게 ‘행복’을 말할 수 있을까.

이희경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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