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 恨 풀다…텍사스, 애리조나 꺾고 WS 우승
서부지구 최하위 약체이던 팀
2년 만에 빅리그 최강자 성장
WS 우승 3회 ‘명장’ 보치 영입
투·타 보강 공격적 투자 등 주효
우승 일등공신 시거 MVP 차지
텍사스 레인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2023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WS·7전4승제) 5차전이 열린 2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필드.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앞서있던 텍사스가 5-0으로 앞선 9회말 2아웃 볼카운트 2B-2S에서 텍사스 불펜투수 조시 스보츠가 던진 커브가 바깥쪽 꽉 차게 들어왔다. 애리조나의 간판타자 케텔 마르테는 방망이를 휘두르지도 못했다. 주심의 손은 여지없이 삼진 콜. 1961년 창단 후 62년 만에 텍사스의 첫 WS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더그아웃에서 대기하고 있던 텍사스의 선수들은 모두 마운드로 뛰쳐나와 얼싸안으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가을야구 진출의 가능성이 보이자 텍사스는 시즌 중에도 트레이드를 통해 팀 전력을 보강했다. 특히 에이스 역할을 기대했던 디그롬이 6경기만 던지고 팔꿈치 수술을 받게 됐기 때문에 선발진 보강에 총력을 기울였다. 현역 최고 우완으로 꼽히는 맥스 셔저를 뉴욕 메츠에서 데려왔고, 준수한 좌완선발 조던 몽고메리도 유망주를 내주며 품었다.
텍사스의 과감한 투자는 창단 첫 WS 우승이라는 달콤한 열매로 돌아왔다. 보치 감독이 때로는 뚝심 있게, 때로는 과감하게 용병술을 펼친 텍사스의 기세는 가을야구에서 거침이 없었다.
가장 거액을 들여 데려온 시거는 WS 5경기에서 타율 0.286 3홈런 6타점 6득점 OPS(출루율+장타율) 1.137의 맹타를 휘두르며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1차전에선 9회말 동점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연장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고, 3차전에서도 쐐기 투런포를 때려내며 우승의 일등공신이었다. 2020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소속으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와 월드리시즈 MVP에 올랐던 시거는 역대 네 번째로 2번의 월드시리즈 MVP를 수상한 선수가 됐다. 2개의 팀에서 월드시리즈 MVP가 된 것은 레지 잭슨(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뉴욕 양키스)에 이어 두 번째지만,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에서 월드시리즈 MVP를 수상한 것은 시거가 최초다.
텍사스의 우승으로 이제 WS 우승 트로피를 갖지 못한 팀은 김하성이 뛰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비롯해 밀워키 브루어스, 시애틀 매리너스, 콜로라도 로키스, 탬파베이 레이스 5개 팀만 남게 됐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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