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미래] 규제의 덫에 걸린 노동시장

중대재해처벌·비정규직 3법 등
각종 시행에도 의도와 다른 결과
법과 규제에 과도하게 의존보다
친시장적으로 접근해야 바뀔 것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으나 2022년 산업재해로 인한 재해자 수는 13만348명,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2223명로 2021년의 재해자 수 12만2713명, 사망자 수 2080명에서 비해 늘어났다. 사고와 질병 모두 늘어났다. 사고로 인한 재해자 수는 약 5000명,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약 50명 늘어났다. 또한 질병으로 인한 재해자 수도 약 3000명,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약 100명 늘어났다. 2년간의 조사, 연구와 관계자 간의 협의를 바탕으로 대책을 내놓은 영국의 ‘로벤스’ 보고서와는 달리 성급하게 처벌 위주의 법 제정을 여야 합의로 했을 때부터 예상된 결과다.

2020년부터 대폭적으로 개정된 산업안전법이 시행되었으나 2020년에도 산재사망 사고가 오히려 늘고 이천화재 등 대형 산재사고가 발생하자 서둘러 여론에 밀려 위헌 논란에도 2021년 1월 시행된 법이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중대재해 발생 시 원청업체의 처벌 기준이 모호한 등 시행 후에도 논란이 지속되었으나 예방효과는 크게 없고 변호사, 노무사, 고용노동부 퇴직관료들의 일거리만 늘려준 것이다.

박영범 한성대 명예교수·경제학

내년부터 예정된 50인 미만 사업장으로의 적용은 일단 유예하고 시스템적으로 접근하여 처벌보다는 산업재해를 사업주들이 자발적으로 줄이도록 유도하는 방안과 함께 시행해야 한다. 산업 규모는 4배이나 산재 사망자 수가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인 일본 건설업의 산업재해 정책을 살펴보아야 한다.

2007년부터 시행된 기간제 근로자의 계속사용 기간과 파견근로자의 파견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비정규직 차별을 금지한 ‘비정규직 3법’도 규제를 앞세워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나 오히려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가져온 대표적인 규제입법이다.

법 시행 2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보면 비정규직은 2007년 3월 580만명에서 2009년 3월 540만명으로 약간 줄었으나 2011년을 기점으로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인 2020년 전체 취업자가 줄면서 비정규직 숫자도 감소했으나 다시 증가해 2023년 8월 말 현재 812만1000명이다.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도 법 시행 이후 약간 줄어들었으나 2023년 8월 현재 37.0%로 2007년 3월 36.6%와 비교해 0.4%포인트 늘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오히려 늘었고 많은 비정규직이 2년마다 직장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직장을 2년마다 바꾸면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줄어든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은 규제적 접근방식으로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하였다. 민간부분으로의 확산도 미미하고 공공부분 내의 노노갈등을 유발하였고 개혁이 필요한 공공부문을 더욱 비효율적으로 만들었다.

‘최저임금 1만원 정책’도 규제가 아니라 시장이 고용을 창출하면서 임금을 올린다는 것을 환기시킨 사례이다. 문재인정부 집권 2년차인 2008년의 취업자 증가는 10만명 미만이었다. 연간 취업자 수 증가는 통상적으로 30만명 내외이다.

윤석열정부의 핵심 노동개혁 과제인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이 ‘69시간’의 덫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면밀하게 준비하지 못한 정부 측의 잘못도 있지만 보완돼 획일적인 근로시간제도가 개편돼야 기업경쟁력이 높아지고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법원 판결에 의해 많은 대기업의 사내하청 근로자의 법적 지위가 결정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비정규직 3법의 개정과 함께 포지티브(positive) 규제인 현재의 파견법을 네거티브(negative) 규제로 바꾸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노동시장에서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일부 근로자에 한정되지 않고 많은 근로자들의 임금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법이나 규제에 과도하게 의존하기보다는 친시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비정규직 3법’, ‘최저임금법’, ‘파견법’ 등을 재검토하고 글로벌 경쟁시대에 걸맞게 바꾸어야 한다.

박영범 한성대 명예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