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 이한응 열사 얼 담긴 옛 주영 대한제국 공사관 표식

(런던=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118년 만이다. 일본의 국권 침탈을 막으려 고군분투했던 대한제국 마지막 영국 주재 외교관 이한응 열사가 순국하고 공사관이 폐쇄된 지 한 세기하고도 20여년이 흘렀다. 한영수교 140주년을 맞아 옛 주영 대한제국 공사관 건물이 위치한 곳에 그 자리가 1901년부터 1905년까지 대한제국의 공사관이었음을 알리는 표식이 118년 만에 붙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주영 한국대사관과 문화재청이 런던 얼스코트에 위치한 구 주영 대한제국 공사관에서 표식 부착과 동판 제막식을 열었다.

118년 전 대한제국공사관의 외교관(서리공사) 이한응 열사는 1905년 5월 12일, 이 건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본이 1904년에 체결한 '제1차 한일의정서' 제5조(대한제국 정부와 대일본제국 정부는 상호 간에 승인을 거치지 않고 뒷날 본 협정 취지에 어긋나는 협약을 제3국과 맺을 수 없다)를 내세워 공사관을 폐쇄하자 항거의 뜻으로 자결한 것이다.

이한응 열사의 뜻과 얼을 담아 열린 제막식은 윤여철 주영국대사, 최응천 문화재청장, 현재 건물 소유 법인인 영국 피바디社의 이언 맥더멋 CEO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이 건물은 당시 고종황제가 전 세계에 자주 국가임을 알리기 위해 외교 사절과 교류하며 우호를 증진하던 주요 공간이었다"며 "비록 매입은 못 했지만, 그 의미를 되새기고자 동판 제막을 하며 (건물이) 130여년이 흘렀어도 당시 외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살아있는 역사의 증거다"라고 말했다.

현재는 서니힐 코트라는 이름의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용되고 있다. 주영국 대한제국 공사관은 대한제국의 6개 재외 공관 중 하나이자 우리 근현대 외교 활동의 거점으로서 역사적 중요성이 높은 곳으로 잘 알려진 곳.

그런데도 공사관 건물에는 그동안 별도 표식이나 안내석조차 없어 그 역사적 의미를 알리기에 난관이 있었다.

주영 한국대사관은 현재 임대주택을 관리하는 영국 피바디社와 2022년부터 공사관 표식 부착을 협의하고 관할 카운슬의 동의를 받아 문화재청이 공사관 표식을 동판으로 제작해 부착하게 됐다.

윤여철 주영 한국대사는 "(한국과 영국) 양국이 1883년 수호 통상항해조약 체결 이후 어느 때보다 긴밀한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며 대한제국 공사관 표식 부착은 양국이 국제사회의 자유와 평화 증진 협력을 앞으로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임을 보여주는 초석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지난 2018년에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옛 대한제국공사관 건물(미국, 일본, 영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의 현재 상황과 매입 가능성을 조사하는 연구용역을 진행한 바 있다. 영국의 경우 이미 36가구의 실거주자가 있어 옛 공사관 건물을 매입하긴 어려운 상황으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공사관 건물에 옛 대한제국의 역사를 기념하는 영문 동판이 설치됐다. 이곳은 이제 대한제국의 '자주 외교 활동'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으로 다시 태어났다.

폴 웨이디 주영 한국문화원 대외협력 담당은 "이한응 열사의 자결은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희생이었다"라며 "이번 동판 제막과 표식 설치는 한국인에게 중요한 역사 중 하나인 구한말 상황을 생생하게 이해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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