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찾은 찰스 3세 “식민지배는 폭력” 유감 표명…탄자니아행 독일 대통령은 “용서 구해” 공식 사과

노정연 기자 2023. 11. 2. 22: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케냐를 방문한 찰스 3세 영국 국왕(왼쪽 사진)이 과거 식민지배와 독립운동 탄압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공식 사과는 하지 않았다고 BBC 방송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찰스 3세는 전날 수도 나이로비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과거 영국의 케냐 식민통치 시기를 놓고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들”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케냐인들에게 자행된 혐오스럽고 정당하지 못한 폭력 행위”를 인식하고 있다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19세기 말 영국의 식민지가 된 케냐는 1963년에서야 독립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영국은 1952~1960년 케냐 ‘마우 마우단’(케냐 토지자유군)의 독립운동을 진압하고 약 150만명을 강제수용소에 가둬 고문, 강간 등 폭력을 자행했다. 케냐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구금된 사람들 중 약 10만명이 처형되거나 고문당하고 영구적인 장애를 얻었다.

케냐의 독립 60주년이 되는 올해 찰스 3세의 방문을 앞두고 케냐 현지에서는 과거 식민지배 시절 영국 정부의 잔학 행위에 대한 왕실 차원의 공식 사과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찰스 3세는 이날 연설에서 역사적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공식적인 사과나 배상 언급은 끝내 하지 않았다고 CNN은 짚었다.

그러나 찰스 3세는 사과를 안 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인데, 영국 국왕은 과거 식민통치 문제에 대해 언급할 때 반드시 각료들의 조언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2013년 케냐 식민통치 시절 저지른 탄압 정책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5000명이 넘는 케냐인에게 약 2000만파운드(약 33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공식 사과와 법적 책임은 부인했다.

과거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국가 위주로 구성된 56개 영연방 국가들을 이끌어야 하는 영국 왕실은 제국주의와 노예제도라는 복잡한 유산에 대한 심판에 직면해 있다. 찰스 3세는 영국 내에서 일고 있는 왕실 폐지론을 달래는 동시에 영연방 국가들 사이 커지고 있는 사죄와 배상 요구 목소리에도 대응해야 한다.

한편,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오른쪽)은 이날 탄자니아를 찾아 과거 독일 식민지 주둔군이 원주민들의 봉기를 무자비하게 진압한 행위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역사학자들은 1900년대 초 수년에 걸쳐 20만~30만명 원주민들이 살해당하거나 아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독일 대통령으로서 독일인들이 이곳에서 여러분의 조상에게 한 행위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며 “독일 식민지배로 인한 희생자들 앞에 고개를 숙인다”고 말했다. 또한 독일이 문화재와 유해를 반환할 채비를 갖췄다고 덧붙였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