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고비 넘었지만…아시아나 화물 인수자 찾기 등 난관 여전
환율·유가 고공행진…화물 침체기
인수 기업, 1조 규모 부채 떠안아야
유럽 중복 노선들 조정도 첩첩산중
국익 훼손·독점 비판 등도 불 보듯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9부 능선’을 넘는 중이지만, 앞으로 적잖은 ‘난기류’를 이겨내야 할 상황이다. 합병에 전제조건이 된 ‘아시아나 화물사업’ 새 주인 찾기가 쉽잖은 데다, ‘양사 중복노선’이 자칫 해외 업체에 넘어갈 경우 ‘국익 침해 합병’이란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워서다. 2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고심 끝에 화물사업 분리 매각을 승인했으나, 대한항공과 최종 합병을 위해선 걷어내야 할 안개가 한두 곳이 아니다.
앞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지난 5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제안이 프랑스 파리·독일 프랑크푸르트·이탈리아 로마·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유럽경제지역(EEA)과 한국 간 여객·화물 항공 운송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며 예비심사 결정을 보류한 바 있다.
당시 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인천~유럽 4개 노선에서 치열한 대결 구도를 보이고 있다”며 “항공 운송 서비스 비용 상승 또는 품질 저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의 조건부 승인을 받아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부터 간단찮다. 특히 이를 인수할 국내 기업을 찾는 것이 큰 과제다. 코로나19 엔데믹과 함께 항공 화물 운임이 저점을 찍고 환율과 유가가 고공행진하는 등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상황 속에서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아시아나항공의 연간 화물 매출은 2017~2019년 1조3000억~1조4000억원 규모였다.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여객 대신 화물 운송을 늘려 2020~2022년 2조1000억~3조1000억원까지 커졌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화물사업 매출은 7795억원, 전체 매출의 21.7%로 떨어지며 침체를 겪고 있다. 인수할 기업은 1조원가량 되는 관련 부채도 떠안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CJ·SK 등 국내 대기업을 잠재적인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하지만, 인수 의향을 내비친 사업자는 아직 없다.
저비용항공사(LCC) 1위인 제주항공을 비롯해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에어인천이 인수전에 뛰어들지도 미지수다. 아시아나 화물기 11대의 연식이 30년 전후로 노후화된 데다, 고용 유지 등 부담이 만만치 않아서다. 이미 티웨이항공은 인수전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인수자를 찾지 못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을 해외에 넘겨줄 경우에는 ‘국익 훼손’이란 비판을 부를 것이 자명하다. 다만 대한항공 측은 “아시아나 화물사업은 해외에 넘길 수가 없다. 그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기우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한 중복된 유럽 4개 여객노선 조정도 첩첩산중이다. 대한항공은 해당 여객운수권을 티웨이항공에 넘기기로 했지만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대한항공은 티웨이항공에 A330 여객기와 이를 운영할 조종사와 승무원까지 보내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쳐나가야 할 ‘비바람’은 또 있다. 미국과 일본 등 2개국 승인도 남아 있다. 통합 항공사가 출범하려면 주요 14개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11개국의 관문을 통과했지만, 이들 3개국 중 한 곳이라도 불승인하면 합병은 불발된다. 미국과 일본도 EU처럼 독과점을 이유로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한항공이 EU 측에 제출하는 시정조치안처럼 미국과 일본에도 슬롯과 운수권을 내놔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대한항공은 영국 승인을 위해 히스로공항에 보유 중인 7개 슬롯을 해외 LCC인 버진애틀랜틱에 넘겼다. 중국에는 46개의 슬롯을 반납하기로 한 바 있다. 남은 3개국 승인 조건으로 노선을 대거 내줄 경우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합병’이냐는 꼬리표가 붙게 된다.
게다가 통합 국적항공사 탄생에 따른 독점 논란도 숙제다. 채권단 산업은행은 통합을 통한 효율성 증대가 독점에 따른 폐해보다 훨씬 크다고 주장하지만, 판단은 소비자 몫일 수밖에 없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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