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주요 관전 포인트
‘사법 리스크’ 트럼프 vs ‘고령’ 바이든 재대결 유력
경제·임신중지 등 국내 이슈 외 우크라·중동 변수
트럼프 당선 땐 외교안보·경제통상 한국에 큰 충격
미국 대통령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2024년 11월5일 백악관의 차기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한국의 안보나 경제 환경도 송두리째 바뀔 수 있다. 현재로서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전·현직 대통령의 재대결 구도가 유력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민주당·사진 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당·왼쪽)은 ‘극과 극’이지만, 유권자들의 피로도를 자아내는 치명적인 리스크를 안고 있는 점에서만큼은 서로를 빼닮았다.
1일(현지시간)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의 공화당 대선 예비 주자 여론조사 평균치 집계 결과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59.3%다. 2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무려 45%포인트 앞섰다. 트럼프 독주 현상은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4년 만에 다시 맞붙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RCP에 따르면 가상 양자 대결 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0.5%포인트 차로 바이든 대통령을 이기는 것으로 나타난다. 유의미한 차이라고 하기 어렵다. 그런데 핵심 경합주로 범위를 좁히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박빙 우세가 확인된다. 블룸버그와 모닝컨설트 여론조사(지난달 5~10일 조사)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애리조나주 등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최대 1~4%포인트 앞서고 있는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네바다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3%포인트 앞서는 데 그쳤다. 미시간주는 동률이었다.
전대미문의 사법 리스크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강행할 수 있는 것도 높은 지지율 덕분이다. 기밀문건 유출, 대선 결과 전복 시도 등으로 네 차례나 기소된 그는 주요 선거 일정마다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아야 한다. 그동안은 기소 이후 오히려 지지층이 결집하는 반사이익을 누렸다. 하지만 부동층 표심이 중요한 본선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유권자들의 반응 역시 냉랭하다. 올해 80세인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고령과 건강 리스크가 따라다닌다. 공식 석상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지거나 말실수를 하는 일도 잦다.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조차 그의 재선 도전에 반대 목소리를 낼 정도다. 낮은 국정수행 지지율도 고민거리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갤럽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37%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바이든·트럼프 대결 구도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제3후보’ 지지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로버트 F 케네디 주지사는 3자 가상 대결에서 10%대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경제다. 공화당은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책임론을 부각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에 맞서 일자리 창출 등 ‘바이드노믹스’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저조한 지지율의 상당 부분은 30%대에 그치는 낮은 경제정책 지지도에서 비롯한다.
임신중지 이슈도 유권자의 선택을 좌우할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임신중지는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레드웨이브(공화당 압승)를 막아낸 변수로 작용한 바 있다. 공화당이 장악한 상당수 지역에서 임신중지 제한 법률이 도입된 상황에서 여성의 선택권 보호를 내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이민, 범죄, 마약, 총기규제 등 사회 이슈를 둘러싼 선명성 경쟁도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20년 넘게 미 의회와 선거를 관찰해 온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최근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대선 전반에서 신념과 철학이 다른 집단끼리의 ‘문화전쟁’이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반적으로 대외정책은 미 대선에서 유권자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이번 선거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 격화로 미국이 ‘두 개의 전선’에 깊숙이 끌려들어간 형국이다. 중동에서의 전쟁 확전 시 국제 유가나 인플레이션이 폭등하면 전쟁은 경제 문제로 비화한다. 가자지구 참상 확대로 민주당 내에서 바이든 정부의 강력한 이스라엘 지지 입장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점도 변수다.
바이든 대통령 재집권 시 한국의 대미관계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동맹 중시 기조에 따라 한·미, 한·미·일 협력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재선에 성공한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에 더욱 적극적으로 중국 견제 정책에 보조를 맞추도록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에는 외교안보, 경제통상 분야에 상당한 충격파가 예상된다. 트럼프 1기 고립주의 노선의 연장선에서 동맹국에 방위 분담 확대를 요구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모든 수입품에 ‘10% 보편 관세’ 부과를 공약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문제를 손 보려 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누가 당선되든 미국 제조업 부활, 미국 중심의 첨단기술 공급망 재편 등 ‘미국 우선주의’ 흐름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공화 양당 모두 대중국 견제에는 초당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미·중 사이에 낀 한국으로서는 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해진 셈이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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