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협력사, 알고보니 중국 앞잡이…삼성 기술 빼내서 넘겨

대법원 유죄 확정 ‘톱텍’ 재판 중
비밀유출에 中 BOE 관여한 정황
“인력 빼내 악의적 기술 탈취”
‘AS 패널’ 특허침해 소송전도

IMID 2023에 참가한 삼성디스플레이 전시 부스 전경. 사진과 기사는 관련 없음 [사진 =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징둥팡(BOE)을 영업비밀 유출 혐의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 것은 협력회사인 톱텍의 영업비밀 유출 과정에 BOE 등 중국 기업들이 관여했다는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2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기술을 중국에 유출했다는 혐의로 톱텍 임직원과 진행한 소송 과정에서 다수의 중국 기업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건의 쟁점 장비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곡면 합착기로 스마트폰 플렉서블 OLED 패널의 곡면 구현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장비는 톱텍이 만들었지만 제작기획과 핵심 설계, 구조 등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제시하거나 두 회사가 함께 개발했다. 이 기술은 갤럭시S·노트 시리즈 등에 적용됐다.

지난 2018년 수원지방검찰청은 톱텍이 삼성디스플레이에 납품하던 곡면 합착기를 중국에 수출하면서 기술을 해외에 유출했다는 혐의로 회사 임직원 11명을 기소한 바 있다.

수원고등법원은 지난 3월 2심에서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던 톱텍 임직원에 유죄 판결을 내렸고, 대법원도 지난 7월 톱텍의 전 대표에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톱텍의 OLED 곡면 합착기 고객사와 잠재 고객사로 BOE를 포함해 CSOT, 비전옥수, 에버디스플레이 등 중국 디스플레이 패널 기업들이 언급됐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 ITC에 영업비밀 유출 혐의로 BOE를 제소한 것은 국내 재판이 유죄로 확정됐고, 그 과정에서 BOE 등 중국 기업들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를 두고 BOE의 악의적인 기술 탈취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이같은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소송을 제기하면서 BOE가 인력 유출을 통해서도 영업비밀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와 별개로 BOE와의 특허침해 소송도 진행중에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 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스마트폰 사후관리(AS)용 패널이 삼성디스플레이의 ‘다이아몬드 픽셀’ 특허 등을 침해했다며 부품 도매업체를 ITC에 제소했고, 지난 2월 BOE가 자진해 조사를 받겠다고 하면서 특허침해 소송이 본격화됐다.

BOE는 지난 6월 삼성디스플레이가 제소한 특허 5건에 대해 미국 특허청에 특허무효심판(IPR)을 청구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이후 미국 텍사스주 동부법원과 중국 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해 대응했다. 특허침해 관련 ITC 본재판은 내년 1월 22일 개시되며 같은 해 6월 17일 판결이 예상된다. 지난 9월에는 특허침해 소송과 관련해 미ITC가 삼성디스플레이가 제시한 8개 ‘청구항’ 용어 해석을 전부 인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에 유리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시각도 제시됐다.

BOE는 최근 애플 아이폰15 기본형에 탑채될 패널에 대해 양산 승인을 받고 패널을 양산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BOE가 뒤늦게 패널 양산에 들어간 것은 아이폰15 시리즈 판매가 이뤄진지 한달여가 지난 시점”이라며 “기술적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