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궤멸 이유로…이, ‘경고 없는 공습’ 국제법 위반 불사

김서영 기자 2023. 11. 2.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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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 이틀째 공격…사상자 1000여명
민간인들에 사전 경고하면
하마스도 도주 ‘딜레마’에
“더 무자비한 전술로 전환”
“불균형적 공격…전쟁범죄”
유엔인권대표사무소 지적
구해주세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의 주민들이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 더미에 깔린 소녀를 구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인구가 밀집돼 있는 난민촌, 여성과 아이들이 입원해 있는 산부인과 병원,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는 가자지구의 빵집까지….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이 점점 더 잔혹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해 형식적으로 해오던 사전 공습경고까지 무시하기 시작했다.

1일(현지시간) 알자지라·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 공습을 이틀 연속 이어갔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틀간 공습으로 약 10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확인된 사망자만 195명, 실종자는 120여명이다.

이스라엘은 이번 자발리야 난민촌 공습에 앞서 사전 경고까지 무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이전까지 폭탄을 투하하기 직전 주민들에게 전화를 걸어 경고하거나, 비폭발성·저화력 탄약을 사전 경고성으로 건물이나 주택 지붕에 떨어뜨리는 일명 ‘루프노킹’(지붕 노크)을 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사전 경고는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 데다 도망갈 곳이 없는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했지만,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에 민간인 살상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증거로 이를 활용해왔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이번 자발리야 난민촌 공습에서는 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이제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사전 경고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고를 하면 민간인뿐 아니라 하마스 대원도 도망갈 수 있다는 딜레마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한 민간인 인명 피해에 대해서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WSJ는 이 같은 변화가 “이스라엘이 더욱 무자비한 전술로 전환한 것을 반영한다”고 해석했다.

이스라엘은 병원, 빵집까지 무차별 공습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2일 새벽부터 가자시티 남부 알쿠드스 병원 인근에 공습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병원에는 환자와 부상자 외에 민간인 약 1만4000명이 대피하고 있다. 가자시티의 알헬루 국제병원 산부인과 병동 또한 공습을 받았다. 사상자 규모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가자시티 내 빵집도 공습 대상이 됐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지난달 7일 이후 가자시티 6곳, 자발리야 난민촌 2곳 등 가자지구 내 빵집 11곳이 공습으로 파괴됐다고 밝혔다. OCHA는 가자지구 식량난이 가중되면서 “사람들이 빵을 사기 위해 몇시간 동안 줄을 서 있는 동안 공습에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경고 없는 공습과 난민촌·병원·빵집을 대상으로 한 공격은 ‘어떤 경우에도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라’는 국제법 기준에 위배된다. 민간 시설을 불가피하게 목표물로 삼아야 할 때도 공격은 목표물의 군사적 가치에 비례해 행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자발리야 난민촌 공습은 이러한 원칙을 모두 어긴 것이라고 비판한다. 미국 정부에서 전쟁법 전문가로 일했던 마이클 마이어는 “난민촌 공격을 결정한 것 자체는 법 위반이 아니지만, 관건은 이스라엘이 목표로 한 하마스 대원이 (민간인 대량살상을 감수하고) 끄집어내야 할 정도였냐는 것”이라고 WSJ에 밝혔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에게 남부로 대피하라고 여러 차례 알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클라이브 볼드윈 수석법률고문은 “대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경고했다고 해서 민간인 보호 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인도법은 상대방이 무엇을 했는지와 무관하게 적용된다”며 “ ‘상대방이 먼저 공격했다’는 이유로 내가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공격하거나 집단처벌을 가하는 건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자발리야 난민촌에 떨어진 폭탄의 파괴력과 살상력으로 볼 때 비례성의 원칙 또한 어겼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이스라엘은 F-15와 F-16 전투기를 동원해 개당 900㎏에 달하는 정밀유도폭탄인 합동직격탄(JDAM)을 여러 개 투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이스라엘이 난민촌에 퍼부은 공습 규모가 미국의 시리아·이라크 공습을 비롯한 금세기 그 어떤 공습보다도 크다고 지적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많은 민간인 사상자와 파괴 규모를 고려할 때 자발리야 난민촌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은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 불균형적 공격”이라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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