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장기채 금리 급등에 긴축 효과”…통화정책 완화되나

이윤주·유희곤 기자 2023. 11. 2.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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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5.50% 현 수준 유지…시장은 ‘비둘기 신호’ 반색
파월 “금융 여건 변화 정책에 영향”…지속성 등 전제 달아
일각 ‘금리 인상 종료’ 낙관론…한은 “불확실성 면밀 주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장기채권 금리 급등이 금융시장에 긴축 효과를 내고 있어 이를 통화정책 결정 때 고려하고 있다고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밝혔다. 장기채권 금리 급등으로 시장금리가 오르는 효과가 나타난 만큼 연준이 굳이 정책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장은 연준의 이 같은 발표를 금리 인상의 사실상 종료로 받아들이는 ‘비둘기파(통화정책 완화)’적 시그널로 해석했다.

연준은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5.25∼5.50%로 동결했다. 한국과의 금리 차는 미국 금리 상단 기준으로 2.0%포인트로 유지됐다. 특히 연준은 정책결정문을 통해 최근 미국 장기채 금리 급등이 미치는 영향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준은 “가계와 기업에 대한 보다 긴축적인 금융 및 신용 여건이 경제 활동, 고용 및 인플레이션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으며 그 정도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지난 9월에는 없었던 ‘금융 여건’이 문구에 추가된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몇 달 동안 장기채권 수익률 상승으로 금융 여건이 긴축됐다”며 “금융 여건의 지속적인 변화는 통화정책 전달 경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미 채권시장에서는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16년 만에 연 5%에 도달하는 등 장기채 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시장 벤치마크인 미 10년물 국채의 금리 상승은 회사채 금리 등을 끌어올려 시장에서 긴축효과를 낼 수 있다.

다만, 파월 의장은 장기채 금리 상승을 비롯해 달러 강세, 주가 하락 등에 따른 긴축적인 금융 여건이 향후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면 “해당 요인이 지속성을 띠어야 하고, 연준의 정책 변화 예상을 반영한 게 아니어야 한다”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을 달았다.

이 같은 발언을 종합하면 연준이 아직은 장기채 수익률 상승을 긴축으로 단정짓지 않았지만, 추세로 이어진다면 긴축으로 보고 기준금리 인상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이 ‘비둘기파’에 가까워졌다고 보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이 종료 수순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정책결정문에 금융 여건을 추가함으로써 최근 일부에서 제기한 긴축적 금융 여건이 추가 긴축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도 “연준이 경기와 금융 여건을 함께 고려하기 시작한 만큼 금리는 내년 상반기까지 동결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가계와 기업의 금리 부담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어 물가가 안정된다면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도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연준은 현재 금융 여건은 물가와의 싸움을 끝낼 만큼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다고 언급하고, 추가 긴축 가능성도 열어뒀다. 파월 의장은 “아직은 금리 인상을 종료할 정도로 충분히 긴축적이라고 확신하지 못한다”면서 “물가를 2%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경제는 금리 인상 이후에도 이례적으로 강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월 의장은 “실업률 증가 없이도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 측면에서 상당한 진전과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면서도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노동시장 여건이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이번 FOMC 회의에서 최근 장기금리 급등에 따른 금융여건 긴축이 고려 요인으로 제시되면서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일부 완화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위한 긴축기조 유지 필요성을 일관되게 피력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주요국의 물가·경기 흐름과 통화정책 긴축기조 장기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의 전개 상황 등 불확실성 요인이 국내외 금융·외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윤주·유희곤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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