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생존자' 이주현씨 "참사와 치료 인과성 입증하라니… 지원금 포기했어요"
소견서 써줄 의사 찾기 어려움
"더 움츠러들어" 치료 중단 숱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뒤 정부가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으나 참사 피해자들이 체감하는 의료비 지원은 실효성이 사실상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의료비 지원 시 참사와 치료 필요성 간 인과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치료를 요하는 피해자는 이를 입증하는 절차가 행정 편의적이라고 토로했다. 참사로 부상을 당한 피해자는 “애초에 움츠러들어있는 생존자가 지원받기를 아예 포기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2일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이태원 사고 의료비 지원지침’에 따른 의료비 지원현황을 보면 지난달까지 1년간 피해자 320명에게 의료비 4억2000만원을 지원했다. 참사 직후 지난해 11월 9000만원이던 지원금은 하락세를 그리며 지난달 400만원으로 줄었다. 사망자를 포함해도 지난해 11월 166명이던 지원자 수는 지난달 12일까지 3명으로 급감했다.
4억2000만원 중 사상자에게 지급된 지원금은 38억7000만원이다. 총 지원자 320명 중 지원금이 집행된 사상자 본인은 246명인데, 여기에는 참사 현장에서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숨진 사망자까지 포함됐다. 유족 등 사상자 가족은 58명, 참사를 목격해 정신의학적 진료를 받은 사람 16명에게는 각각 2300만원과 1000만원의 지원금이 집행됐다.
이씨는 참사 당시 다리가 깔려 하반신이 마비됐던데, 현재는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까지 회복했지만 후유증이 남았다. 지난 4월까지 정부 지원을 받던 치료는 중단했다. 참사 현장에서 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초반에는 의료비를 지원받았으나 다른 정형외과로 옮겨 통원치료를 받으려 하니 ‘참사와의 인과성’을 요구하는 의사소견서를 받기가 어려워 결국 치료를 중단했다.
이씨는 “병원 두 곳을 찾갔는데 의사도 처음 온 환자에게 ‘이태원 참사로 인해 다쳤으니 몇 개월 치료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입증하는 게 불가능해 소견서 작성도 불가능하다고 했다”며 “의사가 ‘그냥 보험으로 치료받자’고 유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체 통증과 참사 인과성을 입증해서 소견서를 써줄 의사를 찾기 어려워 회의감을 느끼고 신청을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정한 기본 지원 기간은 6개월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법적 지원은 지난 4월로 끝났고 추가 치료가 필요하면 지원 기간을 1·2·3·4개월 이상 네 가지로 구분해 참사와 부상 간 인과성을 밝힌 의사소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사고와 관련 없는 질환이 새로 생겼으면 의료비 지원이 안 되니까 의사소견서를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씨 등이 체감한 ‘참사 이후로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입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학적인 필요도를 보고 결정하겠지만, 현재 몇 개월 단위로 연장하는 추가 치료 기간을 1년 단위로 조금 더 길게 지속되도록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이태원 참사 피해자에게 의료비 지원이 감소하는 원인에는 과도한 행정절차가 있다”며 “국민적 트라우마가 심각한 참사이니만큼 행정절차 간소화와 충분한 관련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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