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정부의 ‘낙관론’…“올해 전망치, 사실상 달성 불가능”
연간 전망 3.3%로 하향했지만 석 달 연속 올라 4%대 눈앞
2%대로 내릴 것이라던 근원물가도 여전히 3%대 머물러
한은 “국내외 흐름 등 불확실성 커져…8월 전망 웃돌 듯”
10월 물가상승률이 3.8%를 기록하면서 정부가 전망한 연간 3.3%를 웃돌게 됐다. 2%대로 내려갈 것이라던 근원물가 상승률도 여전히 3%대에 머물러 있다.
한국은행도 향후 물가 흐름이 지난 8월 전망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8% 올랐다. 7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예상보다 높은 물가 오름세에 정부의 물가 예측도 어긋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7월 정부는 2023 하반기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3.3%로 0.2%포인트 내려잡았다. 하반기에 국제 유가와 서비스 물가가 내릴 것으로 자신했다.
당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돌발 요인이 없다면 (물가상승률은) 하반기에 평균 2% 중·후반대에 머물 것”이라며 “일시적으로는 2% 중반 아래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예측과 달리 물가는 가파른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7월 2.3%였던 물가상승률은 추 장관 발언 이후 내리 석 달 연속 오르며 다시 4%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물가 반등에도 불구하고 10월부터는 물가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이른바 ‘10월 안정론’을 고수해왔다.
근원물가 흐름도 정부 기대에 못 미친다. 근원물가는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을 제외한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지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3.2% 올라 9월(3.3%)과 비슷했다. 또 다른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3.6% 상승해 전달(3.8%)보다 오름폭이 소폭 축소되는 데 그쳤다. 지난달 5일 추 부총리가 “10·11월에 가면 근원물가는 2%대로 진입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는 괴리가 큰 상황이다.
지난 10월까지 누적 물가상승률은 3.7%로 기재부가 제시한 올해 물가 전망치(3.3%)는 사실상 달성하기 어렵게 됐다. 기재부는 11·12월 물가도 3%대 초·중반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이날 김웅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어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의 전개 양상과 그에 따른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상황”이라며 “최근의 유가와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할 때 향후 물가 흐름은 지난 8월 전망 경로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 8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5%, 근원물가 상승률은 3.4%로 제시했다. 물가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면 한은도 금리 인상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지난 19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가 예상한 물가 경로를 이미 벗어난 것”이라며 “남은 기간 아무리 선방한다 해도 정부 전망치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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