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아빠 잘 하지?” 벼랑끝 KT, 고영표가 살렸다…선취점 소원 이룬 홈런은 덤[PO3]

KT 고영표가 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6회말 NC 박건우를 삼진 시킨 뒤 주먹을 쥐며 기뻐하고 있다. 2023.11.2. 정지윤 선임기자

‘아빠’의 힘이 KT를 벼랑 끝에서 구했다.

KT는 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앞서 수원에서 열린 1~2차전을 모조리 NC에게 내주며 플레이오프 탈락 위기에 처했던 KT는 창원으로 옮겨와 시리즈를 4차전까지 이어갈 수 있게 됐다.

KT 배정대가 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2회초 2점 홈런을 친 뒤 마우드를 돌며 환호하고 있다. 2023.11.2. 정지윤 선임기자

선발 투수 고영표가 승리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고영표는 6이닝 3안타 2볼넷 5삼진 무실점으로 NC 타선을 꽁꽁 묶었다.

믿었던 선발이 드디어 빛을 본 경기였다. KT는 정규시즌 선발승이 57승이었다. 팀 승리 79승 중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선발 투수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막상 플레이오프가 시작되고 나서는 선발진이 좀처럼 힘을 못 냈다. 지난달 30일 열린 1차전에서는 윌리엄 쿠에바스가 3이닝 7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2차전에서는 웨스 벤자민이 5이닝 3실점을 기록했으나 6.1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NC 신민혁에게 판정패를 당했다.

KT 문상철이 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7회초 1점 홈런를 친 뒤 마운드를 돌고 있다. 2023.11.2. 정지윤 선임기자

게다가 선취점은 모두 NC의 몫이었다. 1차전에서도 1회부터 1점을 빼았겼던 3회 경기 첫 득점을 냈으나 이미 1-4로 뒤처진 상태였다. 2차전에서도 KT는 경기 내내 끌려가다 5-9로 패했고 2차전에서도 1회부터 NC에 2점을 내줬고 KT는 8회가 되어서야 2점을 뽑아내는데 그치며 2-3으로 패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앞서 2경기와 모두 다른 양상을 보였다. 고영표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NC 타선을 잠재웠다. 105개의 투구수로 6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정규시즌 퀄리티스타트를 21차례 기록하면서 두산 라울 알칸타라(22차례)에 이어 리그 2위를 기록했던 고영표는 이날도 퀄리티스타트로 제 몫을 해냈다.

게다가 이날은 고영표 아들의 첫 생일이었다. ‘돌잔치’도 잠시 미루고 팀을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아들의 생일날 호투를 펼치며 자랑스런 ‘아빠’가 됐다.

NC 태너 털리가 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KT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힘껏 투구하고 있다. 2023.11.2. 정지윤 선임기자

선취점도 KT가 먼저 뽑아냈다. 경기 전 이강철 KT 감독은 “초반 득점만 해주면 저쪽에서 쉽게 들어오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라며 선취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배정대는 0-0으로 맞선 2회초 1사 1루에서 NC 선발 태너 털리의 시속 122㎞ 슬라이더를 받아쳐 왼쪽 담을 넘어가는 투런 아치를 그렸다. 10월 30일 PO 1차전에서 9회말 추격의 만루포를 쳤던 배정대는 3차전에서 이번 PO 2호 홈런을 작렬하며 장타력을 과시했다. 또한 팀도 2-0으로 리드를 가져왔다.

7회에는 문상철의 홈런 한 방이 나왔다. 문상철은 1차전에서 NC 에이스 에릭 페디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뽑아내며 유일한 실점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번에는 NC 투수가 김영규로 바뀌자마자 6구째 130㎞ 슬라이더를 공략해 좌측 담장을 넘겼다.

모처럼 리드를 잡은 KT는 손동현(1이닝)-박영현(1이닝)-김재윤(1이닝) 등을 마운드에 올려 끝까지 승리를 지켰다.

반면 NC는 태너가 6이닝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음에도 타선의 부진으로 시리즈를 끝내지 못했다. 9회 선두타자 박민우가 살아나갔지만 결국 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팀 안타는 5개로 KT(7개)와 2개 차이였지만 결정력이 부족했다.

이날 경기가 열린 창원NC파크는 매진 사례를 이뤘다. 1만7400장이 모두 야구팬들로 꽉 들어찼다. 올해 열린 포스트시즌 7경기에서 만원 관중이 들어찬 건 이번이 두 번째다. NC 팬들은 홈에서 아쉬움을 삼켰고 창원까지 원정을 온 KT 팬들은 기쁨을 누렸다.

창원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