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세상] 댄서의 리더십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2> 댄서들의 멋지고 치열한 한판 승부가 끝났다. 첫 번째 시즌 당시에도 댄서들의 멋짐에 빠져서 한참을 허우적거렸지만, 사실 두 번째 시즌까지 챙겨서 열심히 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무심코 채널을 돌리던 짧은 순간 그들의 눈빛에 사로잡혔다. 그 눈빛은 춤에 대한 자부심이었고, 간절함이었으며, 동료에 대한 믿음과 책임감이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각 팀을 이끄는 수장들의 리더십이다. 극한의 경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리더십이 더욱 무거운 책임을 요구받았기 때문이다. 그녀들의 리더십은 때로는 탁월한 춤 실력으로부터 비롯되었고, 성실함으로 혹은 구성원들을 끌어안는 성품으로 빛을 발하기도 했다. 리더십의 형태는 다양했지만, 다양성을 관통하는 것은 구성원들과의 ‘신뢰’에 의해서만 가능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구성원들이 리더십을 중심으로 단단히 뭉치게 만든 것은 비전이었을 것이다.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각 팀의 진가를 보여줄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목표로부터 시작되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서로의 춤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각 팀이 기울여온 노력의 시간에 대해 존경하게 되었으며, 나아가 더 멋진 춤을 추겠다는 비전에 닿게 된 것이다.
비전을 중심으로 구성원들이 신뢰하고 노력하는 조직은 힘이 세다. 작은 조직도 국가라는 사회도 마찬가지다. 비전을 잃은 조직의 구성원들은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다. 한국 사회의 기후 위기 대응이 힘을 잃고 표류하는 것도 비전과 리더십의 부재일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에도 무거운 책임을 이해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기후위기 대응은 5000만 국민이 참여해야 성공할 수 있는 메가 크루 미션이기 때문이다. 묵직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기성세대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신진세력이 모두 필요하다. 다양한 주체가 해법에 대해서 경쟁하며 때로는 갈등하고 화합하면서 성장의 서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의 리더십을 정부에 기대하긴 당분간 어려운 형국이다. 오히려 국민들이 타고 강을 건너는 나무배의 밑창 이곳저곳을 정부가 앞장서서 뜯어내는 듯한 형국이다. 내년도 정부 예산에서 재생에너지 지원 예산을 대거 삭감하고, 홍수를 예방한다며 엉뚱하게 하천 준설 예산을 잔뜩 편성하는가 하면, 폭염 시 녹조 발생에 대비하는 시설 개선 예산을 갑자기 전액 삭감해 버렸다. 사실 정치나 행정뿐 아니라 시민사회나 학계, 기업 등에 눈을 돌려봐도 기후위기 대응 리더십이 잘 보이질 않는다. 물론 나부터도 반성할 일이다.
우리에게 당장 흡족할 만큼 훌륭한 리더십이 눈에 띄지 않는다면, 지금은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메꿔가야 하는 그런 때인지도 모르겠다. 우리에게 왜 탁월한 리더가 없을까 싶지만, 리더십은 단순히 나이나 실력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리더들도 좌절하고 무너지지만, 구성원들이 함께 부족함을 메꾸는 팀워크를 통해서 함께 비전을 찾고 또한 성장한다. 물론 당장은 배에 물이 새고 있으니, 지금은 일단 국회 예산 심사에서 2024년 예산이라는 구멍부터 수습할 일이다.
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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