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식의 이세계 (ESG)] 우왕좌왕 포스코 탄소중립을 위한 필요조건
지난 8월 중순, 포스코홀딩스(포스코)는 2035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7~2019년 평균 대비 30% 감축하겠다는 기업시민보고서를 회사 누리집에 게시했다. 평소 포스코는 이러한 어마어마한 뉴스는 그룹 회장이 기자회견을 하거나 기업설명회(IR) 때 대대적인 홍보를 하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2035년까지 30% 감축이 경이로운 것은 이전에 포스코가 2030년까지 10%를 줄이는 것도 대대적인 홍보를 했었는데, 불과 5년 더 뒤에 30%를 줄이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 되기 때문이다. 2020년 포스코는 세계 철강회사 중 최초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2030년까지 20%, 2040년까지 50%를 감축하겠다는 중간 목표 달성 일정까지 발표했다. 2030년 20% 감축은 자체 감축 10%와 사회적 감축 10%를 합한 것이다. 이에 대해 논란이 일자 이후 포스코는 아무런 해명 없이 사회적 감축 10%를 빼고 자체 감축 10%만 홍보했다.
평소 시류에 따른 홍보의 강약 조절에 능한 포스코가 이번에는 당초 선언한 2030년 10% 감축은 ‘삭제’하고, 2035년 30% 감축에 대해 별도 홍보 없이 누리집에만 올린 것은 특이하다. 포스코는 단기적으론 저탄소 연·원료를 사용해서 이산화탄소를 줄인다고 했지만 이후 지금까지의 실적은 종전과 변함이 없다. 참고로 일본철강연맹은 ‘이산화탄소 배출 0’ 철강 목표를 2100년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포스코의 2035년 30% 감축은 세계적 뉴스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사실로 포스코를 비판하기보다는 말 못할 사정을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
포스코는 대한민국 정부가 만든 최고의 명품 기업이다. 포스코 덕분에 우리는 자동차, 조선, 기계산업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최근 주목을 받는 K방산의 뿌리도 여기에서 시작됐다. 세계 철강기업들의 모임인 WSD(World Steel Dynamics)도 2010년부터 지금까지 포스코를 13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회사로 평가했다.
이런 포스코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세계로 들어가고 있다. 바로 탄소중립시대다. 탄소중립시대의 철강은 패러다임이 바뀐다. 탄소 기반에서 녹색 기반으로의 전환은 기술의 진보나 개선이 아니라 ‘혁명’이다. 포스코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 있는 회사로 성장한 것은 설립 초기에는 국가 예산을 싹쓸이 지원한 덕분이고, 최근에는 원자재의 국제적인 표준원가 정착이 큰 역할을 했다. “철강회사들은 철광석과 원료탄과 유류의 국제 표준원가로 서로 경쟁을 했다. 그러나 탄소중립시대에는 모든 에너지가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비대칭원가로 경쟁을 하게 된다.”(연세대 민동준 교수)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들어야 하고, 환원제인 코크스도 재생에너지로 만든 그린수소로 대체해야 한다. 탄소국경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품 생산 시 그린전기를 사용하여 탄소 함량을 낮추어야 한다.
포스코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길은 철강 환원제로 사용되는 코크스를 그린수소로 대체하는 방법뿐이다. 이를 수소환원제철이라고 한다. 여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한 그린수소다. 포스코가 필요로 하는 그린수소는 연간 약 350만t이다. 2050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필요한 수소가 2800만t이니 13%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 막대한 양의 수소를 수입해서는 경제성이 없다. 이미 철광석과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호주가 선철(단단한 철로 정제하기 전 무쇠)을 직접 만들겠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철강 생산은 원료(철광석)보다 연료 산지에서 이루어졌다. 그 이유는 원료보다 연료를 이동시키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기 철 생산이 산림이 풍부한 지역에서 이루어진 이유도 연료(목탄) 때문이었다. 요즘도 천연가스를 환원제로 해서 만드는 선철(DRI)은 연료인 가스 산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탄소중립이 강조되면서 DRI 생산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그린수소가 풍부한 중동지역도 철 생산지로 부각될 것이다.
2차 세계대전 후 철강산업 경쟁력이 일본, 한국, 중국으로 이동하게 된 것은 연·원료의 국제 표준가격 형성과 함께 고로 공법의 정착으로 연·원료의 대량 수송과 대형 고로를 이용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규모의 생산성이 자국의 자동차, 조선, 기계 등 철강 수요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주었기에 가능했다. 즉 철강 소재의 수요와 공급이 같은 공간에서 맞물려서 서로 윈윈한 것이다.
그러나 수소환원제철시대가 되면 우리는 두 가지 장벽에 갇히게 된다. 우선 수입 수소는 막대한 유통비용으로 인해 이를 사용한 제품은 경쟁력이 없다. 원유는 상온으로 수입해서 정제 후 사용하면 되지만, 수소는 영하 235도로 액화시키든, 암모니아로 변화시키든 그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 손실과 수송 비용이 따른다. 다음은 규모의 경쟁이 의문시된다. 지금 고로는 최대 연산 500만t까지 생산한다. 그런데 포스코가 추진하는 수소환원제철 공법인 하이렉스(HyREX)는 규모를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판단이 불가능하다. 다만, HyREX의 모델인 현 파이넥스(FINEX) 설비의 규모 한계가 연산 200만t인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2050년이면 호주와 브라질에서, 그리고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서 선철 생산이 쏟아질 것이다(IDDRI 보고서).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는 그 선철을 수입해서 2차 가공을 하는 신세가 될지 모른다. 그렇게 될 경우 국내 철강산업 일자리의 절반이 날아가고 부가가치의 3분의 2가 사라지게 된다. 경쟁력 있는 철강 소재 공급이 불가능해지므로 자동차, 조선, 기계산업, K방산도 현재와 같은 경쟁력은 불가능하다. 어쩌면 1, 2차 세계 대전을 계기로 조락(凋落)해진 유럽 같은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다행히 대처 방법은 있다. 우리의 자원이 풍부하고 경쟁력이 있는 해상풍력은 빨리해야 된다. 재생에너지를 늘릴 수 있도록 전력시장 구조개편을 하고, 민간 투자를 유치하여 그리드패리티를 달성해야 한다. 이 길은 ‘윤석열 정부의 초심’인 110대 국정과제의 21번이기도 하다.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착한 자본의 탄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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