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 얽힌 포항·전북, FA컵 놓고 격돌
지난달 28일 K리그 경기 중 ‘무자격 선수’ 갈등…앙금 남은 채 맞대결
10년 전엔 승부차기 끝에 포항 승, 전북이 이기면 6회 최다승 ‘새 역사’
무자격 선수 논란으로 얼굴을 붉혔던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가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에서 다시 맞붙는다.
포항과 전북은 4일 오후 2시15분 포항 스틸야드에서 대결한다. 두 팀은 10년 전인 2013년 결승에서 맞붙어 승부차기 끝에 포항이 웃었다.
포항으로서는 홈에서 10년 전 역사를 재연할 태세다. 포항의 김기동 감독은 1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4강전 승리로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기자회견에서 “그때 좋은 기억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선수들과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전북은 과거 앙금을 털고 지난해에 이어 대회 2연패와 최다우승 기록(6회)이라는 새 역사에 도전한다. 현재 최다 우승 기록은 전북과 수원 삼성의 5회다.
두 팀 모두 동기부여는 확실하다. 포항은 2013년 이후에는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리그 선두 경쟁을 벌이던 울산 현대가 지난달 29일 대구FC전 승리로 리그 조기 우승을 확정하면서 FA컵 우승이 간절해졌다.
전북은 이번 시즌 부진을 털고 명가 재건의 신호탄을 쏠 기회다. 전북은 시즌 초반부터 성적 부진으로 김상식 감독이 자진해서 사퇴하는 진통을 겪었다. 이후 김두현 감독 대행 체제를 거쳐 단 페트레스쿠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예전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FA컵 결승에 오르기 전까지만 해도 리그에서 파이널B로 추락을 걱정했을 정도다.
두 팀은 최근에도 악연으로 얽히면서 의도치 않게 FA컵 결승에 대한 주목도를 높였다. 앞서 순위 경쟁이 한창인 지난달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리그 35라운드 경기에서 무자격 선수 논란이 불거졌다. 포항은 경기 중 다친 김용환을 대신해 신광훈을 투입하려 하면서 교체 선수 번호판에 김용환의 등번호인 3번 대신 김인성의 등번호(7번)를 적어냈다. 교체 처리되지 않은 김용환이 벤치로 나왔지만, 김인성이 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경기장에 남아 있으면서 기록상으로는 12명의 선수가 뛰게 됐다.
이에 대해 전북은 무자격 선수가 뛴 경기라며 몰수패를 주장했고, 프로축구연맹은 해외 사례까지 검토한 뒤 결론을 내겠다고 밝힌 상태다.
최근 흐름만 보면 전북이 조금 더 낫다. 지난달 25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라이언 시티(싱가포르)전 3-0 완승 포함, 공식전 4경기에서 3승1무를 거뒀다.
포항은 지난 9월16일 수원FC에 2-0 승리를 거둔 이후 정규리그에서 승리가 없다. 최근 리그 5경기 4무1패에 그쳤다. 왼쪽 풀백 완델손, 수비형 미드필더 오베르단 등 핵심 전력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영향이다. 다만 포항은 이번 시즌 전북과의 상대 전적에서 3승1무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어 승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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