땔감이 된 16억, 잊혀진 96억···지방 랜드마크 사업, 혈세는 어디로? (추적 60분)[채널예약]
2조 8000억.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중앙투자심사에 통과된 지자체 랜드마크 사업비이다. 지방소멸을 막고 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세워진 지방의 랜드마크들 실상은 세금이 줄줄 새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30년 동안 떨어져 온 재정자립도와 줄어드는 지방교부세. 이런 상황 속에서도 추진되는 랜드마크 사업은 과연 괜찮은 것일까?
오는 3일 오후 10시 KBS1에서 방송이 될 ‘추적 60분’ 1342회는 전국 팔도에서 우후죽순 생겨나는 지자체 랜드마크의 실태를 제작진이 점검해보았다.
2023년 7월 거제시에서 들려온 거북선의 비명. 16억 원을 들여 야심 차게 제작한 거북선을 관리 소홀로 인해 해체한 것. 2010년, 경남도가 추진한 ‘이순신 장군 기념사업’으로 지자체에 우후죽순 제작된 11척의 거북선들. 임진왜란 때보다 더 많다는 거북선의 지금 상태는 어떨까?
거제시의 거북선뿐만 아니라 8억 원을 들여 만든 사천시의 거북선은 매각된 후, 행방을 알 수 없고 해남의 거북선은 운항이 중지된 채, 부두에 정박해 있었다. 다른 지역에 있는 거북선 일부도 빗물이 새거나 거미줄이 쳐진 채 방치되어 있었다. 수십억의 사업비가 들어갔고 계속해서 유지, 보수비가 들어가고 있는 거북선의 현재 상태를 추적 60분이 점검해보았다.
전국에 세워진 공공조형물만 6,827점. 전국의 테마공원까지 더해지면 그 숫자는 엄청날 것이다. 전국에 분포한 수많은 랜드마크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6.25 전쟁 때, 마릴린 먼로가 인제를 방문했다는 이유로 5500만 원에 만들어진 ‘인제 마릴린 먼로 동상’. 몇 시간을 동상 앞에 있어도 아무도 찾지 않았다. 진안군의 기네스 등재를 위해 7500만 원을 들여 만든 높이 8m, 무게 1.7t의 ‘가위 조형물’. 실질적인 가위의 기능이 없어서 기네스 등재는 실패로 돌아갔다.
2016~2018년까지 33억 원을 들여 총 113개의 조형물을 만든 양구와 96억 5천만 원을 들여 만들었으나 주민들은 존재조차 모르는 울주군의 ‘불고기팜’까지. 지역과의 상징성과 관련성은 찾아볼 수 없는 황당한 랜드마크들. 홍보와 관광 활성화를 위해 만들었으나 지역의 웃음거리가 되어있었다. 전국에 퍼져 있는 조악한 랜드마크들을 추적 60분에서 쫓아가 보았다.
랜드마크 사업은 지자체 단독 예산으로 추진하기도 하지만 중앙정부가 지방소멸, 지역경제 활성화 명목으로 지원하는 교부금을 받아서 진행하기도 한다. 중앙정부의 개입으로 진행된 랜드마크 사업은 더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을까?
국비 33억 도·시비 15억으로 진행했으나 건축 인허가를 받지 않아 사업이 중단된 강원도 고성군의 ‘무릉도원 권역 사업’. 국비 25억, 도·시비 25억 원을 들여 매년 적자가 1억 원인 VR존을 만든 통영시. 국비 50억과 시비 75억으로 18년도에 준공했으나 5년째 운영조차 하지 않는 광양의 ‘백운제 농촌 테마공원’까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제대로 된 관리체계 없이 국비를 지원하고 사업을 추진하게 한 중앙정부도 무턱대고 국비를 지원받아 랜드마크를 세운 지자체도 서로를 탓하기 바쁘다. 그럼 도대체 우리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맞는 것일까?
짧은 시간 내에 완성할 수 있는 랜드마크 사업은 본인들의 임기 내에 성과를 내야 하는 지자체장들에게 매력적인 사업이다. 지자체장에게 인사권, 예산편성권, 각종 인허가권이 집중된 구조는 이런 유혹을 더욱 증가시킨다. 재선, 3선을 위해 지자체장들은 본인의 권한을 활용해 무리한 랜드마크 사업을 추진한다.
지자체장의 욕심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경상남도 합천군. 제38~39대 하창환 군수시절 197억 원을 들여 만든 ‘합천삼가브랜드육타운’. 계속되는 적자와 운영자를 찾지 못해 폐건물처럼 방치되고 있다. 제40대 문준희 군수의 공약이었던 ‘합천 호텔’. 군수의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인해 합천군은 시행업자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호텔 사업은 물거품이 되었고 현재 250억 원이라는 돈을 배상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추적 60분이 무리한 사업을 추진한 문준희 군수를 만나기 위해 합천으로 향했다.
괴산군에서 5억 3천을 들여 지은 ‘대형 가마솥’. 기네스 등재를 꿈꿨으나 더 큰 가마솥이 존재하여 실패로 돌아갔고 밥도 지어지지 않는 가마솥은 애물단지가 되었다. 가마솥도 해결하지 못한 괴산군은 또 다른 랜드마크 사업인 ‘대종’ 건립을 진행 중이다. 또, 기네스 등재를 위해 터무니없는 조형물을 짓겠다는 곳이 있다. 울산광역시는 언양성당살티공소에 ‘세계 최대 성경책’을 짓겠다고 말한다. 시민들의 반대로 기업인 흉상 설립을 철회한 지 불과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
21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1036명, 조형물·테마파크 설립 공약은 794개. 시도지사와 구시군의장 등을 뽑는 지방선거에선 출마자 수보다 많은 2305개의 랜드마크 공약이 존재한다. 지방자치 30년 동안 꾸준히 떨어진 재정자립도와 줄어드는 지방교부세. 그 속에서 계속 진행되는 랜드마크 사업. 과연 괜찮은 것일까?
‘추적60분 1342회 혈세가 줄줄 샌다-지자체 랜드마크’ 사업 편은 3일 밤 방송된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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