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 서두르더니…"애 딸린 이혼남, 내 명의로 대출까지"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혼인신고까지 한 남자친구가 이혼남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2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이미 혼인신고까지 한 남자친구가 알고보니 이혼남에 자녀까지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는 A씨(여)의 사연이 전해졌다. A씨는 데이트 앱(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났고, 그의 다정한 모습에 결혼을 약속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친구는 갑자기 사업이 어려워졌다며 혼인신고 먼저 하고 신혼부부 대출로 사업자금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사정을 들은 A씨는 남자친구 뜻대로 해주기로 했지만, 남자친구는 상견례 일정을 자꾸 미루기만 했다.

A씨는 이후 남자친구가 과거 이혼을 했고 전처 사이에 아이까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가 따져 묻자 남자친구는 "철없을 때 혼인신고만 했을 뿐"이라며 "함께 살지도 않았고 전 여자친구가 바람을 피워 헤어졌다. 아이는 친자식이 아니고 출생신고만 내 밑으로 돼 있는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남자친구는 A씨 앞으로 대출까지 받아둔 상태였다.

A씨는 "모든 게 거짓이었던 남자친구와 이별을 결심했지만 결혼식도 못 하고 이혼녀가 되기에는 너무나도 억울하다"며 고민을 의뢰했다.

사연을 들은 박경내 변호사는 "사연자는 남자친구 사업을 도와주려 혼인신고 했지만 실질적 결혼생활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우선 주위적 청구로 혼인무효 청구를 하되, 예비적으로 이혼 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남자친구 가족을 만나거나 결혼식을 올린 사실이 없고, 함께 사는 등 혼인 생활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모아 적극 소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자친구가 과거 혼인 사실 등을 속인 것이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선 "혼인 취소사유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혼인 취소는 그 취소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제소해야 하므로 빨리 청구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사연자 앞으로 몰래 대출을 받은 것과 관련 민·형사 소송이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어떻게 남자친구가 대출받을 수 있었는지 좀 더 자세한 사실관계가 필요하겠지만, 사연자가 남자친구에게 대여한 것으로 본다면 민사상 대여금반환 청구 등이 가능할 것"이라며 "불법적인 방법으로 명의를 도용한 것이라면 형사상 사기죄로 고소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