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보험에 수십만원? 차라리 주식 살래요”…해지 속출, 무슨 일
작년 계약 78만건...15년만에 최저
생보사들 저축형 단기납 종신보험에
애매한 저축효과 혼란야기...민원 속출
이씨와 같은 사례가 늘면서 생명보험사의 종신보험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가장이라면 한 개쯤 들고 있는 보험이어서 한 때 ‘국민보험’이라 불릴 정도로 유행했지만, 갈수록 상품 경쟁력이 떨어지며 소비자의 시선을 끄는 데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종신보험의 인기가 식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저출산·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종신보험은 갑작스러운 가장의 사망으로 남게 된 자녀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가입하는 보험이다. 지난해 국내 합계 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2025년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종신보험은 쉽게 말해 빨리 죽을수록 이익인데 사람들이 오래 살고 돈을 남겨줄 자녀는 줄다보니 보험의 필요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달라진 세태도 종신보험의 입지가 좁아지는 이유다. 종신보험이 ‘욜로’, ‘갓생’ 등 자기 자신과 현재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가성비’를 따지는 젊은 세대의 취향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금리 예금상품이 늘어난 것과 고물가로 살림이 팍팍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생보사들은 종신보험의 인기를 살려보려고 재테크를 강조한 ‘단기납 종신보험’을 내놨지만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종신보험은 통상 납입기간이 10~20년으로 길지만, 단기납 종신보험은 5년 또는 7년간 보험료를 납입하면 해지시점에 원금보다 더 많은 돈을 돌려주는 ‘저축 상품’처럼 포장돼 올들어 날개돋친 듯 팔렸다. 덕분에 생보사 종신보험 신계약 건수가 올 상반기 63만5883건으로 전년동기보다 47% 반짝 급증했다.
그러나 이런 상품전략은 소비자들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저축 효과가 애매하게 강조된 탓에 소비자에게 혼란을 줬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생보사의 상품별 민원 건수에서 종신보험 비중은 47%로 변액보험(11.8%), 연금보험(7.4%), 저축보험(1.8%)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국내 생보사가 종신 보험 등 보장성 보험을 해지한 가입자에게 지급한 해약환급금도 올 상반기 4조8046억원으로 2006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해약환급금의 상당부분은 종신보험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상품 설명 불충분, 불완전 판매 가능성 등 소비자 민원이 속출하자 결국 금융당국이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제동을 걸었다. 보험업계에선 9월부터 종신보험 판매가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생보사들도 골치가 아프다. 보험사들조차 종신보험 성장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고 인정하지만 새 회계제도(IFRS17)에서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MS)를 높이려면 종신보험 판매에 힘을 뺄 수 없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의 지난 9월 설문조사에서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은 향후 1~2년간 종신보험 등 보장성 보험 판매에 집중하겠다고 답했던 배경이다.
생보업계는 종신보험은 현상 유지 수준에 만족하고, 대신 건강보험을 늘리는 쪽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은 특색 있는 특약을 내세워 건강보험 상품을 잇달아 출시했고, 내년에도 이런 기조는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제3보험시장에 해당되는 건강보험은 손해보험사들의 점유율이 75%에 달해 생보사의 진입이 만만치 않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들이 건강보험 상품경쟁력을 손보사 수준으로 높이고, 보험설계사에게 지급하는 판매 수당을 늘려 공격적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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