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인면수심 범죄 늑장 대처라니
새아빠가 집에 불을 질렀습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옆집에까지 불을 질렀거든요.
딸은 처음에 엄마한테 얘기를 했지만 엄마는 소방서에 신고를 하지 않았죠.
결국 딸은 옆집 친구와 함께, 무섭지만 새아빠에게 혼날까 두려웠지만 직접 신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지요. 소방차가 오질 않습니다. 결국 기다리다 지친 두 아이는 숨집니다.
2년 전 목숨을 끊은 청주 오창 여중생 성폭행 피해 사건의 수사보고서가 드디어 공개됐습니다.
수사에 의문을 제기한 유족들이 검찰에 수사보고서를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계속 거부하던 검찰.
항소심마저 유족의 손을 들어주자 어쩔 수 없이 공개를 한 겁니다.
그런데 이 수사보고서를 보니 검찰이 왜 그렇게 공개을 안 하려고 했는지 이해가 됩니다. 보실까요.
계부에게 딸과 함께 성폭행을 당한 친구는 2021년 2월 1일 경찰에 고소장을 냅니다.
경찰은 한 달이 훨씬 지난 3월 10일에 검찰에 체포영장을 신청하는데 검찰이 도주 우려가 없다며 돌려보내지요.
계부가 여중생인 딸에 이어 그 친구까지 성폭행한 중대범죄인데도 경찰은 40일 만에 체포영장을 신청, 심지어 검찰은 이를 반려한 겁니다.
그나마 경찰은 낫습니다. 8일 뒤 다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거든요. 그런데 검찰이 이를 또 반려, 이로부터 두 달 가까이 지난 5월 11일 경찰이 또 자료를 더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만, 검찰은 또 보강수사를 지시합니다.
그리고 검찰이 3번째 구속영장을 돌려보낸 그 다음 날, 어린 두 여학생은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맙니다.
성폭행 신고가 들어오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시키는 게 기본 아닌가요. 그런데 몇 달을 질질 끌면서 같이 한 집에 살게 하다니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경찰은 어린 피해자가 조사를 받는 자리에 새빠가 어딜 만졌니 어떻게 했니 등등을 묻는 그 자리에 사태를 방임한 친모를 동석시켰습니다.
물론 잘못을 한 계부가 제일 나쁩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두 아이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든 건 누구였을까요.
너무 꾸물거리는 수사기관, 그리고 법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법을 믿고 신고를 한 사람을 희망고문하니까요.
'너무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하지요. 아닙니다. 이 정도면 '정의가 아닌' 게 아니라 불의한 겁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인면수심 범죄 늑장 대처라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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