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삭감에 꿈 접을까 고민"…이공계 대학생이 본 연구 현장

박광주 기자 2023. 11. 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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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서현아 앵커 

내일부터 국회에서 내년도 나라 살림을 어떻게 꾸릴지 결정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열립니다.


가장 큰 논란은 올해보다 6조 원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국가 R&D 즉 연구개발 예산인데요.


당장 대학의 연구 환경도 위축될 가능성이 커서 이공계 학생들은 진로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서울대 총학생회에서 R&D 예산 삭감 대응 특위 활동하고 있는 오정민 학생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내년도 R&D 예산 삭감 계획이 발표되고 난 뒤에 학생들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들을 걱정하고 있을까요?


오정민 위원장/ 서울대 R&D 예산 삭감 대응 특위

결국 가장 큰 우려는 이번 예산 삭감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선례로 남을 것이라는 데 있습니다.


국가 R&D 지원 없이 성장할 수 없는 기초학문 분야에게 있어서 이번 결정은 언제든 다시 유사한 방식으로 학문에 대한 지원이 축소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될 것입니다.


이에 따라서 많은 학생들 입장에서도 선뜻 학문 분야의 진로를 선택하기가 망설여지는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문에 대한 지원의 축소가 자연스레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 역시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서현아 앵커 

오정민 학생도 자연과학대 소속 학생인데요, 예산 삭감으로 특히 기초과학 분야 연구자를 희망하는 학생들의 걱정이 크다고 들었습니다.


현장 목소리가 어떻습니까?


오정민 위원장/ 서울대 R&D 예산 삭감 대응 특위

실제로 제가 현재 소속된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내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90%에 이르는 학생들이 이번 삭감 정책이 본인들의 진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렇게 이제 응답을 해주셨고요.


그런 부분들을 봐서는 많은 학생들이 실제로 이번 삭감 정책이 본인들의 진로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이에 따라서 이제 본인들의 진로 선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라고 생각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 응답자들 중에서 내용들을 살펴보게 되면, 그 학문 분야에 대한 내용들이 이번 삭감 정책이 발표된 이후에 대학원 진학 자체를 망설이게 되고, 다른 분야로 진출하게 된다든가 아니면 그 연구 분야에 남는다고 하더라도 국내가 아니라 비교적 지원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해외로 진출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 역시 많은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인재 유출이 우려가 되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최근에는 의대 정원 확대까지 논의가 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까 이공계 학생들이 의대 입시를 준비하느라 자퇴까지 고민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어떻게 좀 실감을 하십니까?


오정민 위원장/ 서울대 R&D 예산 삭감 대응 특위 

실제로 대학에 이미 재학 중인 이공계 학생들이 의대 입시를 위해서 다시 수능을 준비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다만 이것은 비단 의대 정원 확대 논의 이런 거에 치우칠 문제는 아닌 것 같고요.


수년 전부터 이공계로 진학을 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기대 소득이 낮다 이런 인식이 많이 퍼져 있고 이에 따라서 좀 기대 소득 같은 걸 바라보고서 의대로 다시 진학을 하고자 수능을 준비하는 이런 학생들이 굉장히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이제 이번에 의대가 정원이 확대가 된다든가 이공계 R&D 예산 지원이 축소된다든가 이런 것들이 발표되면서 상대적으로 다시 의대 입시에 뛰어들게 된 장벽이 낮아지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과기부가 입장을 밝혔습니다.


내년도 R&D 예산이 줄어들기는 해도 대학원생이나 박사후 연구원 또는 출연연구기관의 비정규직 연구직 숫자 줄이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오정민 위원장/ 서울대 R&D 예산 삭감 대응 특위

전체 예산을 삭감하는데 인건비를 줄이지 않는다면 그만큼 연구 자체에 투입되는 비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결국 학자들이라는 건 연구를 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직업이다 보니까 학자의 수가 유지가 되는데 연구 자체가 줄어들게 되면 그건 또 새로운 비효율이 생길 수 있는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또 이 첨단 분야 연구에 선택과 집중을 해서 효율화를 이루겠다는 게 정부의 또 하나의 항변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정민 위원장/ 서울대 R&D 예산 삭감 대응 특위

이 기초 학문이라는 것이 필요한 분야 또는 첨단 분야라는 게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를 짚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 아무래도 이제 우주 산업 같은 데 과거에 투자를 할 때도 그때는 단순히 달을 가자 또는 이제 뭔가 우주선을 띄워보자 이런 단순한 목표에서 출발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진행된 연구들에서 나온 기술들은 지금까지도 수많은 분야들에서 응용이 되고 있습니다.


사실 그 기초 학문들이라는 게 결국은 이제 수많은 응용 학문들 그러니까 실제로 돈이 되는 학문들의 그런 이제 원천 기술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이다 보니까는 지금 단계에서 어떤 것들이 필요한 것이고 어떤 것이 불필요한 것인지 그런 걸 선정해 가지고 지원하겠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좀 불가능한 일입니다.


서현아 앵커 

자연과학대 학생이니까 또 어떤 꿈을 가지고 대학에 진학했었을 것 같거든요.


마지막으로 이공계 학생으로서 연구 환경 개선을 위해서 또 바라는 점이 있을까요?


오정민 위원장/ 서울대 R&D 예산 삭감 대응 특위

사실 그 기초학문의 특성상 당장의 경제적 성과를 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이제 경제적 성과를 기준으로 연구 결과를 평가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이제 그런 것들이 실제로 유의미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수십 년 뒤에나 이것들이 빛을 볼 수 있는 것들일 수도 있는데 당장은 경제적 성과가 없다, 그러니까 이제 이거는 연구의 성과가 나쁜 것이다 이렇게 평가되는 현실이 분명히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뭔가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단순히 경제적 성과라든가 이런 것들만으로 연구 결과를 평가하지 않을 수 있는 새로운 잣대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고요.


또 더불어서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사실 지금은 이공계 학생들이 대학원에 진학하는 과정에서 큰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아무래도 이제 그 10년에서 15년 정도의 시간 동안 다른 학생들에 비해서 절대적인 기대 소득 자체가 굉장히 낮은 상태에서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인데요.


그런 문제들을 좀 해결할 수 있도록 순수히 학업에만 열중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 또는 이제 그런 것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기초과학은 곧 원천 기술이고 국가 경쟁력을 좌우 하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더 창의적인 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안정적인 환경이 마련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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