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 싶다면 텍사스처럼 써라!' 2년간 1조1357억 쏟아붓고 62년 한 풀었다

노재형 2023. 11. 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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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레인저스 코리 시거가 월드시리즈 우승 직후 MVP에 선정된 뒤 트로피를 들고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시거는 텍사스의 투자 기조를 성공으로 이끈 주역이다. USATODAY연합뉴스
브루스 보치 텍사스 감독이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USATODAY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텍사스 레인저스의 첫 월드시리즈 우승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FA 시장에 왜 그토록 아낌없이 투자하려는지 잘 보여준 예라 할 수 있다.

텍사스는 2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7회 밋치 가버의 적시타로 결승점을 뽑은 뒤 9회 마커스 시미엔의 투런포를 포함해 4점을 보태 5대0으로 승리했다.

4승1패로 시리즈를 5경기로 마감한 텍사스는 1961년 창단 이후 62년 만에 월드시리즈를 제패하는 감격을 맛봤다.

시리즈 MVP에는 1차전 9회말 동점 투런홈런을 포함해 결정적인 홈런 3방을 쏘아올린 유격수 코리 시거(29)가 선정됐다. ESPN은 '코리 시거의 정규시즌 버전이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확고히 자리잡는 내용이라면, 플레이오프 버전은 빠르게 포스트시즌의 전설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시거는 이번 포스트시즌서 17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318(66타수 21안타), 6홈런, 12타점, 18득점 OPS 1.133을 기록했다. 월드시리즈 5경기에서는 타율 0.286(21타수 6안타), 3홈런, 6타점, 6득점, OPS 1.137을 마크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ALCS가 아돌리스 가르시아의 무대였다면, 월드시리즈는 단연 시거가 주인공이었다.

코리 시거가 지난 달 28일(한국시각)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9회말 동점 투런홈런을 터뜨린 뒤 포효하고 있다. 이 홈런이 텍사스의 월드시리즈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P연합뉴스

시거는 2021년 12월 10년 3억2500만달러에 텍사스 유니폼을 입었다. 텍사스의 '통큰' 투자에 시거가 2년 만에 제대로 보답한 셈이다. 시거의 월드시리즈 우승 및 MVP는 LA 다저스 시절인 2020년에 이어 생애 두 번째다. 텍사스는 시거를 비롯해 최근 2년간 FA 계약을 통해 영입한 선수들을 주축으로 삼아 창단 이후 첫 우승의 한(恨)을 풀었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텍사스는 최근 2년간 FA 시장에서 얼마나 썼을까.

우선 2021년 시즌 후 시거를 비롯해 2루수 마커스 시미엔(7년 1억7500만달러), 선발투수 존 그레이(4년 5600만달러), 내야수 브래드 밀러(2년 1000만달러) 등 7명의 FA와 합계 5억8070만달러에 계약했다. 단일 오프시즌 투자로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이어 지난 겨울에는 선발투수 제이콥 디그롬(6년 1억8500만달러), 선발투수 네이선 이발디(2년 3400만달러), 선발투수 앤드류 히니(2년 2500만달러) 등 6명을 2억6715만달러를 들여 데려왔다. 2년 전 FA 시장에서는 타선과 수비 강화에 초점을 맞췄고, 1년 전에는 선발 마운드에 신경을 썼다. 두 차례 FA 시장에서 13명을 영입하면서 8억4785만달러(약 1조1357억원)을 쓴 것이다.

텍사스 레인저스 아돌리스 가르시아(왼쪽)와 네이선 이발디가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우승 행사에서 손을 맞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거를 비롯해 시미엔, 그레이, 이발디, 히니는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투타의 핵으로 활약했다.

텍사스의 첫 우승 프로젝트의 마지막 퍼즐은 사령탑이었다. 텍사스는 2019년을 끝으로 현장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브루스 보치 감독을 삼고초려 끝에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 시절 세 차례 우승을 일군 전설적인 승부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감독의 계약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관례지만, 보치 감독은 현존 사령탑 중에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 애런 분 뉴욕 양키스 감독, 벅 쇼월터 뉴욕 메츠 감독, 더스티 베이커 휴스턴 애스트로스 감독 등과 함께 올해 연봉 400만~600만달러로 톱클래스 몸값을 형성했다.

이런 완벽한 전력 구성의 실무 최고 책임자가 바로 선수 출신 크리스 영 단장이다. 이날 우승 직후 보치 감독은 "크리스 영 단장과 레이 데이비스 구단주에 깊은 신뢰를 느낀다. 그들은 텍사스 레인저스에 우승이라는 영광을 주기 위해 무던히도 준비했다. 우리는 만날 때마다 우승에 관해 얘기했다. 그들은 하고자 하는 걸 모두 했다"고 말했다.

월드시리즈가 종료됐기 때문에 3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오프시즌이 시작된다. FA 시장이 개장한다는 얘기다. 텍사스가 아낌없는 투자 기조로 우승에 성공함에 따라 소위 돈 많고 우승에 한 맺힌 구단들이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코디 벨린저, 맷 채프먼, 애런 놀라, 조던 몽고메리, 블레이크 스넬, 조시 헤이더 등 정상급 FA들을 놓고 치열한 쟁탈전을 펼쳐질 것을 예상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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