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번에 일자리 잃어" 술집에 붙은 현수막…한탄 쏟아졌다 [이슈+]
"'위조 신분증' 속았다"…억울함 호소 잇따라
행정처분 면제 적어 "판결 시 합리적 판단해야"
"야간에 위조 신분증을 가지고 술을 마신 청소년들 때문에 근로자 6명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최근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글의 일부다. 한 술집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내걸고 "본 업소는 한 달간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았다"며 "문서 위조한 학생들은 죄가 없고 방조 돼 영세업자들만 벌금 행정처분 피해를 받는 현실에 가슴 아프고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의원이 17개 시도에 받은 자료를 취합해 분석한 결과,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청소년에게 주류(술)를 판매해 적발된 사례는 총 6959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약 6.4건 적발된 셈이다.
현행법상 '식품위생법' 제44조 및 관계 법령에 따르면 식품접객업자 등은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 관련 규정을 1차 위반하면 영업정지 2개월, 2차 위반하면 영업정지 3개월, 3차 위반하면 영업허가 취소 또는 영업소 폐쇄의 행정처분을 받는다. 또한 '청소년보호법'에서는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한 사람에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청소년 주류 판매가 적발된 6959건 중 1차 위반은 6680건, 2차 위반은 266건, 3차 위반은 13건이었다. 청소년 주류 판매로 적발된 영업소에 내려진 영업정지 일자를 모두 더하면 25만6405일로, 이를 연수로 환산하면 700년이 넘는 시간에 달한다.
위조 신분증 등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술을 마신 청소년에게 속은 업주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2개월 영업 정지와 70만원의 벌금 처분을 받게 됐다는 한 술집 관계자는 "3명의 여자가 들어왔고, 어려 보여 신분증 검사를 했는데, 1999년생과 1998년생이었다"면서 "하지만 '청소년이 위조된 신분증으로 술 먹고 있다'는 경찰 신고가 있었고, 알고 보니 3명 다 미성년자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망하라는 거냐. 이 기간에 가게를 내놓지도 못한다고 들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다"라고도 했다.
다만 위조 신분증을 이용해 음주를 한 미성년자에게는 공문서위조, 위조 공문서 행사, 공갈 등의 위법 책임을 물 순 있다. 신분증을 제시받아 성인임을 확인했다면 업주로서는 주의의무를 다한 것이기 때문. 또한 미성년자가 신분증을 위조해서 보여준 것이라면 신분증은 공문서에 해당해 미성년자도 공문서위조 및 동행사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더불어 '식품위생법' 제75조에는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한 영업소에 대한 행정처분 면제 규정이 있다. 청소년의 신분증 위·변조 또는 도용으로 식품 접객영업자가 청소년인 사실을 알지 못했거나, 폭행 또는 협박으로 청소년임을 확인하지 못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등에 행정처분을 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런 규정에도 불구하고 최근 3년간 '식품위생법' 제75조에 의해 행정처분을 면제받은 사례는 194건에 그쳤다. 전체 적발건수 대비 2.8%에 불과하다.
음식점 업주가 성인과 동석하거나 신분증을 위조한 미성년자들에게 속아 주류를 판매했다 하더라도 영업정지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도 나왔다. 지난 9월 서울행정법원 행정9단독(박지숙 판사)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가 서울 서초구청을 상대로 낸 영업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15∼16세 미성년자 4명에게 주류를 판매했다가 적발돼 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받았고, 이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A씨는 "이들이 성인 신분증을 제시했고, 여성은 진한 화장을 하고 있어 미성년자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이 제시한 성인 신분증은 다른 사람의 것이거나 위조된 신분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식품 접객영업자가 신분증 위·변조나 도용으로 청소년인 사실을 알지 못해 불송치·불기소되거나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행정처분을 면제한다'는 식품위생법 조항을 근거로 영업정지 처분 취소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음식점에 자주 오던 성인 손님들과 동석해 미성년자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주류를 판매했다고 주장한 업주에 대해서도 영업정지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례가 나왔다. 올해 9월 서울행정법원 행정8단독(이강은 판사)은 "해당 청소년들이 성인임을 믿은 것에 수긍할만한 객관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며 "신분증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주류를 판매한 것은 위반 정도가 경미하다 보기 어렵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일각에서는 업주들 사이 일부 억울한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해 행정처분 전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 의원은 "식당 등의 업주는 평소 주류를 판매하기 전 미성년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면서도 "행정처분 악용 사례 등 억울함을 호소하는 업주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행정당국은 처분을 내리기 전 배경 상황과 맥락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안타까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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