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스라엘의 예고 없는 난민촌 폭격, 얼마나 더 피보려 하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최대 난민촌을 공습해 1000명에 가까운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무장정파 하마스 말살에 나선 이스라엘군은 대피경고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조차 없는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보복은 사실상 전쟁범죄나 다름없다. 자국민이 흘린 피를 씻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은 팔레스타인인의 무고한 피를 보겠다는 것인지 경악스럽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이 1일(현지시간)까지 연이틀 자발리야 난민촌을 공습하면서 195명이 사망하고 777명이 부상했다고 집계했다. 난민촌의 주거 밀집지역 건물들이 붕괴해 사상자 상당수가 여성과 아동이라고 한다. 현지 의료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광경”이라고 참상을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시설을 겨냥했다지만, 공습에 앞서 주민들에게 사전 경고를 하지 않아 민간인 희생이 컸다. 게다가 병원부터 빵집까지 무차별로 공격해 ‘어떤 경우에도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라’는 국제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난민촌 공습에 사용된 폭탄의 살상력도 상당해 군사적 비례원칙에도 위배된다. 하마스가 민간인을 방패 삼는다는 이스라엘 주장이 사실이라 한들 합리화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으로 자국민 1400명이 숨진 이래 이스라엘의 군사 보복은 고삐가 풀린 수준이다. 가자지구를 봉쇄해 연료와 수도가 끊겼고 병원도 멈춰서면서 최악의 인도주의 재앙이 벌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망자 약 8000명 가운데 절반이 아동이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래 팔레스타인의 저항은 무자비하게 진압돼왔다. 지난 15년간 양측 충돌로 이스라엘인 약 300명이 사망하는 동안 팔레스타인 사람은 그 스무 배 넘게 숨졌다는 통계는 이 같은 불균형한 현실을 집약한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으로 아랍권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규탄이 거세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뿌리 뽑겠다고 하지만 이번 전쟁은 오히려 증오와 복수를 부추기며 중동을 뒤흔들 비극이 되어가고 있다. 이스라엘은 보복엔 성공할지는 몰라도, 자국의 안정과 평화라는 큰 목표에서는 더욱 멀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부디 유엔의 권고를 수용해 인도주의적 휴전을 선언하고,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구호품이 전달될 수 있도록 협조하길 바란다. 더 이상 재앙을 키워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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