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숨 쉬는 용인 삼계고...희망·꿈이 '무럭무럭' [꿈꾸는 경기교육]
우리 학교를 소개합니다 용인 삼계고등학교
‘네모난 책가방에 네모난 책들을 넣고 네모난 버스를 타고 네모난 건물 지나 네모난 학교에 들어서면 또 네모난 교실 네모난 칠판과 책상들.’ 한때 획일화된 사회를 노래한 대중가요 속 학교의 모습은 이랬다. 네모난 책상, 네모난 칠판을 닦고 나면 날리던 분필가루, 왁스를 묻혀 닦던 나뭇바닥이다가 어느 순간 차갑게 바뀌었던 삭막한 복도의 모습. 때때로 이런 학교는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를 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런 학교가 달라졌다. 그 중에서도 용인 삼계고등학교는 ‘이곳이 정말 학교라고요?’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공간들로 완벽하게 탈바꿈했다. 쉬는 시간이면 흡사 카페를 떠올리게 하는 복도 곳곳의 공간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고, 발표 수업을 위해 여느 기관보다 훌륭한 조건의 세미나실을 마련해 뒀다. 쉬는 시간이면 체육관에 설치된 운동기기로 체력을 키우고, 옥상에 있는 골프장에서 골프 연습을 하며 바비큐파티를 열기도 한다. 자유로운 공간은 자유로운 생각을 키운다.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학생들은 한계를 모르는 꿈을 키워간다. 그래서일까. 유독 학생들의 얼굴에서 밝은 웃음이 떠나지 않던 곳, 삼계고를 찾았다.
■ ‘이게 학교라고요?’... 곳곳서 터져 나온 탄성
삼계고를 찾아 가장 많이 뱉은 말 중 하나는 ‘아니, 여기가 학교 맞나요’다. 삼계고 안으로 들어서기 전, 학교를 둘러싼 자연환경에 감탄을 내뱉은 것도 잠시, 연이어 새로움을 넘어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학교의 모습이 펼쳐졌다. 학교로 들어서기 전 조성돼 있는 숲길은 자연친화적이라는 말 이상으로 자연과 함께 숨을 쉬는 공간들이었다. 삼계고는 ‘세 갈래의 계곡이 한데 모여 흐른다’는 삼계리라는 지명에서 따온 곳인 만큼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환경이 학교를 둘러싸고 있었다.
외부 환경이 ‘자연’, ‘치유’에 초점을 맞췄다면 내부의 모습은 학교보다는 놀이공간, 놀이공간을 넘은 문화공간이라는 말이 적격인 곳이었다. 2021년 경기미래학교 공간혁신사업교로 선정된 삼계고는 5억9천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학생 중심 교육 공간 구조 개선사업을 마쳤다. 11개의 학생중심 교육 공간이 조성됐고, 이곳의 이름은 모두 학생들이 직접 한글로 지었다. 전교생이 모두 하루에 한번 이상 오간다는 급식실 복도는 곳곳에 앉을 곳과 작은 테이블을 설치하고, 벽면에는 세계 각국의 소식을 전하는 뉴스화면 등을 송출하며 학생들이 언제나 다양한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조성했다.
층별 복도 역시 마찬가지다. 곳곳에 학생들이 원하는 휴식공간을 만들었고, 학교보다는 카페에 가까운 공간들에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자신의 꿈을 키워가며 성장 중이었다. 특히 복도 공간을 이용해 조성한 공연장에는 학생 여러 명이 앉아 피아노 공연부터 댄스 공연까지 다양한 친구들의 끼를 엿볼 수 있도록 만들었고, 입시를 중요하게 여기는 3학년 복도 쉼터에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각종 입시 정보와 필요한 정보를 언제든 출력할 수 있는 인쇄 공간도 조성돼 있다.
학교 도서관 역시 여느 도서관을 능가할 정도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책들을 놓아둔 열람실부터 원하는 학생이 언제나 출입해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공간까지, 책을 읽기보다 책을 통해 세상을 만난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공간이 들어섰다. 도서관을 따라 올라간 곳에는 토론 및 회의가 이뤄지는 곳이 마련돼 있었는데,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빔프로젝트로 과제를 설명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게 가능한 ‘발표 맞춤형 공간’이었다.
곳곳이 혁신으로 쓰여진 삼계고는 전국의 학교, 교사, 학생들이 인사이트 투어를 올 만큼 놀라운 변화를 이뤄냈다. 김영우 삼계고 교장은 이러한 성과가 학생들을 위해 디지털 창의 역량을 강화하려는 교사들의 연구와 노력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 ‘개교 8년’ 젊은 학교... 안전한 등하굣길 조성 눈길
삼계고는 2015년 247명의 학생들로 문을 열었다. 현재 3배에 달하는 25학급, 649명의 재학생이 다니는 학교로 성장하기까지는 김 교장과 교직원들의 노력이 있었다. 삼계고는 자연환경에 둘러싸인 학교라는 강점이 있지만, 그만큼 외진 곳이라 학생들의 등하굣길 걱정이 큰 학교 중 하나였다. 버스 노선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버스정류장까지 멀어 등하교가 쉽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고심하던 김 교장은 부임 직후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안전한 통학환경 조성’을 제1의 목표로 삼았다. 그 결과 과거 등굣길에만 운영되던 통학버스는 22개 노선으로 대폭 확대돼 학생들의 등하굣길을 모두 책임지게 됐고, 시내버스보다도 저렴한 가격에 학생들이 안전한 등하교를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인근 기업들과 협력해 운영하던 통학버스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로 중단 위기를 맞았고, 용인시와의 협의 끝에 시의 예산을 받아 지속할 수 있게 되기도 했다.
삼계고의 특별한 문화 중 하나는 교사들이 등굣길 학생들을 맞이하는 ‘아침맞이 활동’이다. 교장선생님이 시작한 아침맞이는 자연스럽게 다른 교사들에게도 퍼져 나갔고, 지금은 교사들이 등교하는 학생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하루를 보낼 힘을 실어주는 삼계고만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구성원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운영되는 삼계고는 ‘꿈, 배움, 자람이 있는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비전으로 자존, 창의, 봉사라는 교훈을 실천하며 성장하고 있다. 자기 자신과 우리라는 공동체를 균형감 있는 관점으로 이해하고 실현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키우는 역할을 하는 것을 교육 방향으로 삼고 있는 삼계고는 사회로의 첫발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긍정적인 자존감을 갖고, 자신에게 맞는 꿈을 찾아가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인터뷰 김영우 용인 삼계고등학교 교장
“학생 눈높이 소통… 꿈 찾도록 ‘나침반 역할’ 해낼 것”
“한 생명이 그 생명의 가치를 세상 속에 건강하게 실현 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겠습니다.”
농구 국제심판으로 세계 여러 나라를 오갔던 김영우 교장은 지난 2021년 3월 공모교장으로 삼계고에 취임했다. 다양한 나라에서 폭넓은 시선을 갖게 된 그는 삼계고에 수많은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언제나 누구보다 먼저 앞장서 학생들과 눈을 맞췄고, 소통했다. 그 결과 행복한 학교 생활을 완성할 기반을 쌓아 올렸다.
김 교장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시작해 교내 자판기 운영 등 학생 주도성 활동을 통해 역량을 키워가는 교내동아리 ‘사계’를 자랑거리로 소개했다.
또 1학년 신입생들이 2박3일간 미래적 가치인 공동체성과 주체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학생자치회가 마련해둔 ‘새내기 비전스쿨’ 역시 대표적 자랑거리 중 하나로 꼽았다.
특히 김 교장은 언제나 학생들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교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학교에 다재다능한 교사들이 정말 많은데, 교사들끼리 ‘용삼쓰’라는 밴드도 운영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키우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교과 간 교사들이 토론과 분석 등을 통해 언제나 연구하고 노력한 덕에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성공적인 입시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젊은 용인 삼계고는 열정적인 곳인 만큼 모든 교직원이 학생들의 성장을 목표로 아낌없는 시간과 노력을 들일 준비를 마쳤다”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학생들에게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하면서 늘 학생들이 최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
한수진 기자 hansujin011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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