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엉켜 군락 이룬 식물들… 군중을 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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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허보리는 되풀이되는 일상 속에서 주어진 현실을 치열하게 살아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느질과 자수를 사용한 설치작업, 또는 사물을 의인화해 스토리텔링을 부여한 회화 등의 방법으로 표현해 왔다.
최근 그의 회화는 계절에 따라 순환하는 식물세계를 인간 삶을 은유하는 모티브로 제시한다.
자신의 우물 안에 있을 때 허보리는 식물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때 작가는 철저한 관찰자로서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그와 관련된 상상들을 내러티브가 있는 회화로 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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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허보리는 되풀이되는 일상 속에서 주어진 현실을 치열하게 살아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느질과 자수를 사용한 설치작업, 또는 사물을 의인화해 스토리텔링을 부여한 회화 등의 방법으로 표현해 왔다. 최근 그의 회화는 계절에 따라 순환하는 식물세계를 인간 삶을 은유하는 모티브로 제시한다. 서로 엉키며 군락을 이룬 식물의 풍경은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군중의 삶과 닮았다. 작가에게는 고단한 삶의 쳇바퀴로부터 잠시 벗어나는 도피의 공간이기도 하다.
자신의 우물 안에 있을 때 허보리는 식물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제주와 안동을 오가며 작은 풀숲들을 촬영하고 이를 회화로 옮겼다. 화면은 바람에 흔들리며 복잡하게 엉긴 다양한 식물의 잎과 줄기, 꽃으로 가득 채워진다. 꽃이나 풀은 빠른 붓질과 화사한 색상으로 자유분방하고 활기차게 표현되면서 재현으로부터 벗어나 화면에 리드미컬한 운동감과 질감을 남긴다. 거센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꽃을 피워내는 식물은 연약하지만 꿋꿋한 인간존재를 은유한다는 점에서 우리를 위로해 주는 힘을 지녔다. 작가는 이렇게 우거진 식물을 자신의 존재를 숨길 수 있고 타인들이 침범할 수 없는 도피처이자 자신만의 우물로 여긴다. 따라서 작품은 작가 마음속 풍경이기도 하다.
‘메밀추상’은 메밀꽃으로 뒤덮인 너른 들판을 그린 대형회화다. 들판에 핀 살아 있는 꽃들은 꽃에 비추어진 햇빛, 그리고 꽃을 흔들고 가르는 바람의 움직임과 함께 표현된다. 이 풍경은 대상을 사실대로 재현하기 위한 묘사나 기술, 경계와 윤곽으로부터 벗어나면서 더욱 유동적이고 생동하는 것이 된다.
작가는 도피의 우물 안에 있다가 한 번씩 우물 밖의 세상이 어떠한가 내다본다. 이때 작가는 철저한 관찰자로서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그와 관련된 상상들을 내러티브가 있는 회화로 표출한다.
‘장미극장2’는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건초더미’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쓸데없는 사물에 매달리는 사람들의 현실을 유희적으로 풍자한다. 작가는 보스의 원작에서 건초더미를 개털로, 신의 자리를 개로 대체해 정치가, 노동자, 군인 등 여러 사람이 개털을 집어 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이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개의 모습을 담았다. 작품 속에서 작가는 채집자인 해녀의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작가는 내부로의 침잠과 외부의 관찰이라는 채집의 두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자신의 내면세계와 외부세계 사이의 균형을 잡아간다.
허보리는 서울대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통인화랑, 가나아트파크 등에서 15회 개인전을 가졌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셀트리온, 태성문화재단 등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김신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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