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매년 유럽으로 '축구공부' 떠나는 학구파 김재웅 영등포공고 감독…올해 전무후무 고교 6관왕+2명 유럽 진출 '큰 결실'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2023년 K리그1의 '대세'가 2연패를 차지한 울산 현대였다면, 고등리그에선 전통명문 영등포공고가 거의 모든 대회에서 트로피를 휩쓸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허정무를 배출한 영등포공고는 2월 백운기 우승을 시작으로 6월 전국고등축구리그 권역별 리그, 7월 전국체전 남고부 서울시대표 선발전, 8월 대통령금배, 전국고등리그 왕중왕전 겸 제78회 전국고교선수권, 10월 전국체전 남고부 대회까지 내리 휩쓸며 6관왕의 '전설'을 썼다. 리그, 전국대회뿐 아니라 전국체전까지 내리 우승한 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학교축구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고교 축구계 역대급 우승 행진의 중심엔 김재웅 영등포공고 감독이 있다. 영등포공고 출신으로 영등포공고 코치를 거쳐 2007년 사령탑에 올라 외길 인생을 걸어온 김 감독은 풍부한 경험과 한결같은 철학, 선수들을 자식처럼 돌보는 '아버지 리더십'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특히, 영등포공고가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인연을 맺지 못한 대통령금배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모교의 위상을 드높였다. 선수, 코치, 감독으로 대통령금배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김 감독은 그저 "운이 좋았다"고 했다.
최근 서울 모처에서 만난 김 감독은 "일본 야구선수 오타니가 운을 얻기 위해 봉사활동을 많이 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그걸 보면서 문득 '나는 (운을 얻기 위해)무엇을 했을까?' 고민했다"며 "한 가지 확실한 건 17년 동안 선수들과 운동장에서 변함없이 열심히 했다.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에서 거북이처럼 묵묵히 걸었다. 그래서 성실함이 재능을 뛰어넘는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영등포공고는 43경기에 나서 40승2무1패,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김 감독은 "운 좋게 좋은 선수들이 동시에 입학했다"고 했지만, 유망주를 발굴하여 영등포공고 유니폼을 입힌 건 다름아닌 김 감독 본인이다. "올해 참 특이한 녀석들이 많았다"는 김 감독은 "선수들끼리 끈끈했다. 손승민이란 선수는 프로 유스팀에 올라가지 못하고 우리 학교에 온 선수들의 복수를 대신 해주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더니 프로 산하팀이 대거 참가한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이런 끈끈함은 처음 봤다. 2명이 빠진 대회, 이번 전국체전처럼 5명이 빠진 대회에서도 우승했다"고 말했다.
6관왕을 선수의 힘으로만 이룰수는 없을 터. 김 감독의 철학이 궁금했다. "선수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우리 팀은 전술이 없다'고. 틀에 박힌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공격할 때는 마음껏 창의적으로 하되, 공을 뺏긴 뒤 수비를 안하는 선수는 절대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상대 진영에서 공을 빼앗으면 3~4명이 조직적으로 공격을 했다. 그래서 우리를 상대하는 팀들이 당황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무식하고 단순할 수 있지만 그게 세계축구의 추세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고려대를 거쳐 독일 바이엘 레버쿠젠 2군에서 4년간 선수 생활을 하면서 독일 축구를 경험했다. 지금도 매년 시즌을 마치고 축구 공부를 하기 위해 독일, 네덜란드 등을 돌아다닌다. 평소 존경한다는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의 '게겐프레싱'(전방압박 전술)을 자연스럽게 영등포공고에 접목시켰다. 김 감독은 "차량 한 대를 렌트해 레버쿠젠, 쾰른, 프랑크푸르트 등을 다니면서 훈련, 경기를 보다 보면 한 가지 생각밖에 안든다. '전방압박'이다. 최근엔 올리버 글라스너 전 프랑크푸르트 감독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하승운(광주) 김재우(김천) 정호진(전남) 김동수(부산) 차승현(이랜드) 박인혁(고양해피니스) 등은 김 감독의 지도를 받고 프로에 진출한 선수들이다. 2019년 U-20 월드컵 준우승에 일조한 정호진은 김 감독의 대표적인 '작품'. 올해 18세이하~16세이하팀에만 무려 8명이 뽑혔고, 미드필더 김현민은 올해 FIFA U-17 월드컵 최종명단에 발탁됐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올 한 해에만 영등포공고 선수 2명이 유럽 무대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는 점이다. 수비수 이예찬과 공격수 김태원이다. 이예찬이 먼저 포르투갈 1부 포르티모넨세에 입단했다. 고교 최고 레벨의 골잡이로 평가받는 김태원은 친구 이예찬을 뒤따라 연말 포르티모넨세와 정식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김태원은 발이 다소 느려 국내 프로팀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포르티모넨세 스카우트는 유망주 발굴차 국내를 직접 찾아 김태원의 문전 앞 침착성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는 후문이다. 김 감독은 "두고보라. 태원이는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예찬 이적 당시 직접 포르티모넨세를 찾아 훈련 시설을 체크하고 용기를 북돋는 열의를 보였다.
김 감독은 6관왕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말했다. "지금처럼 꾸준히 우승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그런 팀을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김 감독의 도전은 계속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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